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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저는 털털거리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국민차를 팔고 처음으로 새 차를 샀습니다. 잘 굴러가는 차를 왜 바꾸냐며 반대하는 남편에게 저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젊어서 참고 아낀 대가로 늙어 삭신이 쑤시는데 좋은 차타고 어딜 다니겠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민차론 출장 다니기가 위험해서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 셋째는 내가 번 돈이 있고 사고 싶은데 왜 못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반대하는 남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는지라 자동차에 대해 일자무식인 저는 열심히 자동차 판매점을 들락거렸고, 인터넷 자동차 관련 사이트, 차량 동호회를 섭렵(?)하고, 카타로그를 탐독했습니다.

운전하면서 주변 차의 종류와 디자인에 정신을 팔았고, 주차장에 있는 차들을 보며 특징 평가와 이름 맞추기 연습을 했습니다. ‘이 차는 xx사에서 타 업체 차종보다 도전적이고 위협적인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한 거지. 라지에이터 그릴과 라이트 모양을 바꾼 게 느낌이 좋군. 하지만 정숙감은 oo보다 떨어진다지’ 이런 식으로요.

몇 달 전에는 어땠는지 아세요? 제가 충돌사고를 낸 차종도 몰랐답니다. (보험사에서 “사고 차종이 뭡니까? 하길래 ”.... 모르겠어요“ 했어요.)



바로 그 때쯤 이 책이 독서클럽의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읽었겠는지 상상이 되시죠? 이 멋진 책은 저를 더욱 변화시켰습니다.

외. 제. 차. 그게 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헉! 인피니티잖아! 멋진 사각 박스형 디자인~! 오우! 이건 그 유명한 렉서스! 너무 조용해서 일부러 엔진소음이 나도록 했다던데. 주차된 외제차를 만나면 음미하는 눈으로 차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검게 코팅된 유리창에 코를 비비며 안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렉서스는 나의 드림 카가 되었습니다.

국내에 2000만 원대 외제차를 판매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는 거의 흥분의 도가니였죠. 나도 토요타를? 그 날부터 외제차 사이트에 들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2000만 원대라는 게 이마트에서 그렇듯 2990원이요! 하는 식이더군요.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디트로이트의 몰락>으로 부끄럽지만 남편으로부터 “차 박사”라는 명예학위도 받았습니다. 매일 아침 밥상에서부터 잠잘 때까지 차 얘기만 했으니까요.



그리고! 지식을 행동으로 옮겨 드디어 얼마 전 새 차를 샀습니다. 차를 사고 난 후에도 열정은 계속되었습니다. 디젤차는 예열과 후열이 생명이라는 말에 아침에 지각을 하든 말든 엔진오일 온도가 약 20℃가 될 때까지(온도계는 없지만 감으로) 털털거리며 기다렸습니다. 동행이 있을 때에도 “새 차는 길을 잘 들여야 하거든요” 하면서 기다리게 했지요. 주행거리가 1000km가 넘자 엔진오일을 갈기 위해 “엔진오일 백서”라는 번역자료까지 읽었습니다. (메뉴얼에는 5000km마다 갈라고 되 있지만 뭐 내 차니까요. 하하...)



일반 오일보다 몇 배나 비싼 합성유를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던 어느 날, 전 사랑스런 나의 애마를 여지없이 콘크리트 벽에 긁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좁은 지하 주차장에서 국민차를 몰던 감으로 멋지게 커브를 틀다가 생긴 일이었습니다.

쓰라린 심정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지요. 운전이 몇 년인데 주차를 못하다니요... 며칠을 끙끙 앓다가 요즘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주차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긴 친구가 주차방법에 대한 동영상과 자료를 풍성하게 보내주었거든요.

긁히고 찌그러진 자국을 보면서 이젠 차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운전과 주차 방법으로 애마를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이름이 타이어 같은 저자 미쉐린 메이너드가 여자라는 반전(?)에 무릎을 쳤습니다. 저의 차량시대는 디트로이트의 몰락과 상처 난 애마와 함께 이제 부흥기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 ?
    이재우 2006.12.14 09:00
    다음 모임 때 양경화님의 애마와 애마의 긁히고 찌그러진 자국 꼭 봐야겠네요.^^
  • ?
    문경수 2006.12.14 09:00
    오늘 조선일보 경제면에 자동차 특집기사가 나왔습니다. 생각나서 링크 합니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2/13/2006121300043.html
  • ?
    송근호 2006.12.14 09:00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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