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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가 망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난 두가지 이유를 만들어 이 책을 읽었다.

하나는 독서모임에서 선택된 책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자동차 회사 가문의 후손이자 자동차업계에 가시 돋친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비평가 피터 디로렌조는 그를 싫어하는 디트로이트 임원들까지도 매주 반드시 읽어야 하는 그의 웹사이트 오토익스트리미스트닷컴….(71)



그러니까 상관은 없지만 관심은 가져야겠기에. 이 세상에서 돈을 벌어 먹고 살려는 인간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경제생활이 보다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회사가 있었던 도요타시는 일본 항복일에서 불과 6일 뒤인 1945년 8월 21일 폭격이 예정돼 있었다……….전쟁후……. 도요타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1950년 도요타 키이치로는 눈물을 머금고 종업원들 앞에 서서 “1,600명의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해고되는 사람에는 그 자신도 포함돼 있었다.(98-99)



자금압박과 잦은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도요타 창업자의 처남인 리사부로는 종업원 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키이치로는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종업원에게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다. 그러나 도요타의 상황은 더욱 나빠져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고 온 경영책임을 지고 자신이 포함된 정리해고를 감행한 그를 보며 소신공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을 자르며 단행한 개혁에 그 누가 반기를 들겠는가. 이로 인해 남아 있는 사람들의 회사 충성도는 아마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그 후 1년만에 도요타는 빠르게 입지를 회복했고, 1년도 안 되어 임금지불 능력을 되찾게 되었다. 이 때 이사회는 키이치로를 불러 들였으나 복귀 후 얼마지 않아 심장발작으로 1952년 세상을 떠난다.

나는 여기서 정리해고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면 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아마 내보냄을 당하는 사람들이기 보다는 그들을 고용한 경영자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경제상황으로 인한 무언가를 들며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경영자의 경영 잘못도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정리해고를 할 때 자신도 같이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읽었다. 50여년 전 도요타 키이치로의 훌륭한 선택이 있었기에 현재의 도요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혼다의 저녁 술자리는 좀 달랐다. 혼다 소이치로는 매주 엔지니어들 중 새로 채용된 이들과 회사의 어린 종업원들을 불러 술을 마셨다. 이 모임은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 경우에도 혼다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이 같은 모임은 젊은 엔지니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고, 회사 창립자를 엄청난 인물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었다……이런 술자리는 창업자가 젊은 혼다 직원들에게 혼다가 사업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기회로도 활용됐다. (110)



이는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한 MBO(Management By Objectives)의 변형된 한 형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경영자 입장에선 이런 스타일의 경영이 가장 귀찮고 번거로운 운영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이런 의지가 있기에 이런 회사를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오사마 빈 라덴 자서전을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읽었는데 그도 이와 비슷하게 사람들을 포섭한다고 써 있었다. 부유층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그는 어떤 조직을 가든 바닥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을 먼저 자신의 옆에 두고 서서히 위로 올라가는 방법으로 지금의 그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조직의 선봉에 서기 위해서는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듯 하다.

나이키는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주요부서만 남기고 생산은 아웃소싱에 의존한다고 한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 또한 그러하지만 혼다는 다르다. 혼다의 목표는 자신들이 고객의 요구에 부흥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것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이런 시스템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렉서스를 소유할 때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차이는 판매상의 고객관리 방식이다. 일상적인 관리보수를 위해 카센터를 찾은 고객이라면, 한 점의 먼지도 없어 보이는 깨끗한 접수공간에 차를 세워놓고 나중에 차를 받으러 가기만 하면 된다(카센터 내부는 고객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문 옆에는 그날의 방문고객 이름이 붙어 있으며, 수리가 끝난 뒤에는 기술자들이 자동차를 꺼내 차 열쇠를 넘겨준다…….수리가 끝나면 수술 후 의사처럼 기술자가 고객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세부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수리했는지 설명한다. 그런 후 수리는 물론이고 깨끗이 세차까지 된 자동차가 고객에게 되돌려진다.(165-166)



혼다는 렉서스를 개발하고 렉서스만을 위한 전용 판매점을 운영한다고 한다. BMW나 벤즈를 누르고 최고 대접을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현대 자동차에 대해 10년 10만마일 A/S를 실시하면서 크기 시작한 회사라며, 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듯 했다. 저가 자동차 중 가장 괜찮은 차를 골라내는 외국의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전세계 10여개 회사에서 만든 1,300만원 이하의 자동차 중 최고의 차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현대의 겟츠(클릭), 기아의 리오, GM대우의 마티즈와 외국차 하나가 디자인과 성능에서 최고를 겨루게 되었다. 결승에 오른 4사가 확정되자 진행자는 ‘한국차는 브랜드 이미지가 별로니까 이미지가 좋은…’ 이라며 마티즈를 빼고 다른 차를 넣었다. 시승 내내 ‘한국차의 내부 장식은 볼품 없었는데 요즘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유럽의 카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한국을 아래로 보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결국엔 현대의 겟츠가 1등이 되었다.

그들을 통해 한국이 넘어야 할 조그만 산을 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어렵지 않게 우리의 삶을 디트로이트의 쇠락과 비교해 바라볼 수 있었다.

‘모든 계층과 모든 목적을 위한 차’라는 1920년대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GM의 슬로건에서 볼 수 있는 무모함과, ‘GM과 포드의 최우선 목표는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보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라도 회사의 몸집을 가능한 크게 키우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는 오만이 그들을 쇠퇴의 길로 안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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