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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글,사진 _ 호시노 미치오, 청어람 미디어



아.....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뛰는 심장을 추스리기 힘들다.

글보다는 사진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담담한 문체로 알래스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배경은 알래스카이지만 자연도 사람도 결코 오만하지 않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책속에 녹아있다.

모험가 중에는 제 행적을 남에게 팔기 위해 모험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화려하거나 현혹되기 쉬운 문체를 사용하지 않지만 읽을수록 이미 내가 작가가 되어있는 듯하며,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내게 말을 거는 듯 생생한 감동은 말이 필요 없다. 이 책을 언젠가는 다시 읽게 되겠지.

10년 뒤 나의 아이들에서 보여주고 싶을 때, 또는 알래스카 여행이 눈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 여행의 계기가 되었던 이 책을 꺼내 읽어보거나, 나의 친구에게 감동을 선물해주고 싶을 때..(한편 친구에게 알래스카를 향한 병적인 동경을 선물(?) 해주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알래스카로 떠나기 전날 시애틀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무언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덱스터 고든의 콘서트에 가게 되고 그의 멋진 라이브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알래스카에서 보게 된 <라운드 미드나이트>라는 영화에서 만난 덱스터 고든..그리고 그는 이야기한다. “누구나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노래를 가지고 있다.” 사진뿐 아니라 음악에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 작가는 참 따뜻한 느낌이다. 언젠가 오랫동안 떠나게 된다면 나 역시 무언가 스스로에게 추억을 만들어 남겨준다면 참 멋지겠다. 어릴 적 공연을 보러 혼자 서울에 올라간 적이 있다. 공연 후의 감동 때문에 (머리가 비어버린듯 멍한 그 느낌..)차 시간을 까맣게 잊고 넋이 나간 듯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걷던 기억.. 그리고 막차를 놓쳤던 기억이 난다. 막차를 놓친 난감함 까지도 마치 꿈인 듯 한동안 몽롱했었다. 언젠가부터 예전 같은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 넘치는 공연들,, 그리고 메말라가는 나의 감성을 느낄 때면 그날의 사건과 재즈를 듣기위해 모든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아끼지 않던 그때의 나와 닮아있는 작가를 느낀다. 요즘의 삶은 무언가 텅 비어있다. 내가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북방의 자연을 동경하던 작가는 18세에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알래스카 사진집을 접한 후 그 책의 작은 에스키모 마을로 편지를 보낸다. 거의 반년이 지나갈 무렵 그 마을의 한 주민이 답장을 보냈고 그 한통의 편지로 인해 작가의 인생은 알래스카로 향하게 된다. 어쩌면 운명이랑 반 이상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결국 알래스카로 돌아오게 된 사연은 운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극적이지 않은가.. 작가가 알래스카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던 그 쉬스마레 마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그 폭이 좁아져 마을이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인간들의 삶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위해 자연에 대한 위대함과 경외감을 잃고 훼손을 일삼는 무리들이 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자연과 인간이 교류하는 세계는 현대화 속에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생물, 나무 한 그루, 숲, 그리고 바람조차도 영혼을 가지고 존재하며, 인간을 지켜보고 있다.” - p.171



“그들은 자연에 대하여 막연하고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맺는 작은 관계들, 거기에는 늘 터부라는 설명하기 힘든 자연과의 약속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힘 같다는 생각이 든다.” - p.183



작가는 케니스 누콘이라는 늙은 친구를 20년만에 찾아간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말한다. “쉬차, 자고 갈수 있나?” “쉬차“란 인디언 말로 “친구”. 작가의 글들엔 많은 친구들이 나온다. 그들이 다시 만나기까지 몇 년이 지났건 그들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일 뿐이다. 나의 인간관계를 뒤돌아본다. 내게 친구란 무엇인가?, 내게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 사람들에게 먼저 마음열고 다가간 적이 있는가? 현대의 인간관계와 친구라는 의미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 공허한 것도 진정한 친구의 부재가 한몫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오로라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아직은 내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풍경이지만 언젠가 내게도 오로라가 어떤 기억이나 생각을 떠오르게 할 매개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늘 무의식적으로 자기 마음을 통해서 풍경을 바라본다. 오로라의 신비한 빛이 들려주는 무언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 풍경에 벌써부터 있었던 것이리라.” - p.225



여행은 결국 혼자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연결고리를 잠시 벗어두고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며 결국 내가 만나는 것은 풍경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내 자신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두려움이 많았다. 항상 동반, 또는 단체여행을 즐겨오던 내게 어쩌면 진정한 여행이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혼자 떠날 시간이다.



"여행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그 지방의 풍경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서, 풍경은 결코 나와 참된 언어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그런 여행은, 하며 할수록 세계가 그저 좁아지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그를 좋아하게 되면 풍경은 비로소 폭과 깊이를 띠게 된다. -p.261



“결과가 처음 의도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보낸 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거기서 보낸 다시없이 소중한 그 시간이다.” - p.257



내게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곳, 작가가 말하는 먼 자연이란 아프리카이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아프리카를 상상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그래서 더욱 가보는것이 두렵기도하다. 그 오랜기간동안 내안에서 키워진 아프리카와 직접 보고 느끼게 될 아프리카의 모습 사이의 괴리가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것이라고..



"사람들은 저마다 두 개의 소중한 자연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가까운 자연, 그리고 좀처럼 살 수 없는 먼 자연이다. 먼 자연은 비록 사볼 수는 없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거기에 그런 자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상상할 수 있고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 p.264



한편으로는 동경적인 삶, 다른 한편으로는 엄두가 안나는 삶.. 그것이 알래스카의 삶이다. 어쩌면 이런 우리를 위해 호시노 미치오 같은 작가와 사진가가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 알래스카의 삶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강한 설득이 아니라 담담한 어조로 천천히 이야기해나가고 있다. 함께하는 사진은 그 이야기에 강한 힘을 실어 인간에게 많은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 서윤경 회원님의 독후감을 통해 알게된 책이다.

덕분에 좋은 사진과 책을 보고 읽게되어 감사드린다.



< 나를 변화시킨 독서 >



라운드 미드나잇 다시한번 봐야겠다. 얼마만인가..



  • ?
    조동환 2006.11.01 09:00
    구입해 놓은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책장에서 자고 있네요. 오늘은 읽어야겠습니다.
  • ?
    정영옥 2006.11.01 09:00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얼른 깨워주세요.
    저도 자고있는책들이 많은데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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