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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09:00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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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거문고줄 꽂아놓고 저자 : 이승수 출판사 : 돌베개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귐 '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일들을 겪는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어려운 일을 겪게 되거나 때로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만약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있고, 스스로 외롭다고 느낄 때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도움을 청하거나, 해결해 나가려 할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겠는가? 가족 아니면, 아주 절친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대가 어려운 일에 처해있거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진정한 벗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고사성어에 刎頸之交(문경지교), 刎頸之契(문경지계)라는 말이 있다. 이 한자성어의 뜻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친한 사귐”을 뜻하는 말이다. 진정한 벗이란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진정한 벗이 있으면 삶은 외롭지 않다. 당나라 시인 왕발은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 있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네”라고 노래했다. 그렇다면 ‘나를 알아주는’ 벗은 어떤 이일까? <거문고 줄 꽂아놓고>는 조선시대 아름다운 벗들의 사귐을 보여준다. 신분과 나이, 성별과 국경, 사상과 정치노선이 달랐지만, 진정한 믿음과 깊은 이해로 홀로 선 이들의 외로움을 사그라들게 한 벗들의 일화가 모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글에선 그런 지기를 만나고 사귀었던 우리 옛사람의 우정이 빚어낸 황홀한 정경이 펼쳐진다.



고려를 최후까지 지키기 위해 소나무 같이 변절을 하지 않았던 충절과 조선건국의 입안자로 가는 길이 갈렸던 포은 정몽주와 삼봉 정도전은 서로의 사람됨을 깊이 있게 사모했음을 이글은 보여주고 있다. 삼봉 정도전 포은 정몽주는 동갑내기였지만, 정도전은 정몽준을 경학(經學)에 밝고 글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스승의 예로 모셨으며, 포은은 삼봉을 현실적 정치 감각과 군사능력을 겸비한 최고의 명사로 아끼고 사랑했다.



병자호란 때 강화론을 펼친 최명길과 주전론을 펼친 김상헌과의 사귐을 보라. 서로 다른 시기에 끌려왔지만 한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서신을 교환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씻고 상대를 인정하므로 和而不同(화이부동)의 경지를 이루어 냈던 것이다. ‘練藜室記述(연려실기술)’에서 이때 김상헌은 ‘이로부터 서로의 우정을 찾아, 불현듯이 백년의 의심과 증오와 앙금을 푸노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남명 조식과 대곡 성혼 또한 어떠한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현실정치를 떠나 속리산에 은거한 성혼은 지리산에 은거한 조식과는 딱 한번 만났을 뿐인데 편지를 들고 온 서로는 서로를 알아볼 만큼 흠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좋은 친구는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 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디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풀어낸다.



또한 여백의 우정을 담아낸 매월당 김시습과 추강 남효온의 우정일 것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염증을 느낀 김시습, 단종복위를 위해 상소문을 올리므로 평생 벼슬길이 막혀 38세의 落拓(낙척)한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남효온이었지만, ‘무현금(종이에 그린 거문고을 말함)’과 ‘무성종(종이에 그린 종을 말함)’을 서로 보내고 주고받으므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던 아주 절친한 지기였던 것이다. 이들의 사귐을 세상은 ‘겨울산과 가을강의 사귐이자 고독과 허무의 대화’라 묘사를 하였다.



나옹화상과 목은 이색의 만남은 어떠한가. 죽은 자와 산자의 해후. 목은은 비문을 써 내려갔다. “지금 신륵사는 장강에 임해 있고 석종은 높이 솟아 있다. 달이 뜨면 그 그림자 강에 기울어져 잠기게 되고 하늘빛과 물색, 등불과 향불 연기의 그림자가 그 속에서 뒤섞여 사라지리리…. 석종의 견고함은 신륵사와 처음과 끝을 같이할 뿐 아니라, 이 강물과 함께 영원할 것이다.…” 생전에 목은과 나옹화상은 일면식도 없었으며, 또한 그들의 길은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엄격하고 절제된 삶의 태도와 깨끗하게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문고줄 꽂아 놓고’에는 음료수 한잔 마시면서 너무 쉽게 형 동생이 되고,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 한 통화의 감동으로 쉽게 우정을 나누는 우리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숨어있다는 것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점점 세태가 불안해져가고 사악해져가는 이 시대에 진정한 사귐은 인간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라 저자는 소개된 24명의 역사적 인물들의 사귐 통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한문학자 이승수가 풀어낸 옛 사람들의 좋은 친구는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 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디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가장 바람직한 우정은 “천지간에 홀로설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성립”된다고도 이 책은 적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24명, 이들을 통해 ‘진정한 사귐,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어느 인터넷 카페에 쓰여 있는 ‘친구의 의미’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친구(Friend)란 영어 철자 하나 하나에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F = free =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는 사람.

R = Remember = 항상 생각나게 하고 그리워하는 사람.

I = Interest = 만나면 재미있고 흥미 있는 사람.

E = Enjoy = 만나면 기분 좋게 즐거운 사람.

N = Need = 항상 필요하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사람.

D = Depend = 항상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생각해 볼 점

1. 옛사람의 사귐과 현대인의 사귐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2. 사귐의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 ?
    양경화 2006.10.30 09:00
    가장 바람직한 우정은 “천지간에 홀로설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성립”된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부부사이도 그렇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반쪽짜리의 합이 아니라 온전한 것의 합이어야 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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