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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 세태는 경박에 경박을 더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세태에 영합하여 일각에서는 연암을 마치 개그맨처럼 만들어 놓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연암의 글쓰기에서 그 고심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고 사려 깊게 음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연암의 조박이나 해타에 대해 환호작약하는 듯한 경향도 없지 않은 듯하다. 연암의 산문은 퍽 까다로워 한문 원문으로 읽는 게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그 다층적인 미학적.사상적. 의미망을 구조적으로 적식하게 해독해 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설사 적실하게 해독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지금의 우리말로 쉽고 정확하게 – 왜곡과 과장과 단순화의 잘못을 범하지 않으면서 – 옮기고 풀이하는 건 정말 고도의 지적 능력과 오랫동안 축적된 공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비평가 리비스의 말마따나, 적어도 연암의 산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득하기 위해서는 연암 정도의, 혹은 연암과 방불한 사유와 고심, 인문적 교양과 식견을 갖출 필요가 있을 터이다. 그렇지 않고서 연암을 말한다는 건,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초등학생이 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을 평하고 운위하는 꼴이 되기 쉽다. 아무리, 말을 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고, 그래서 제 보고 싶은 대로 보면 그만이라고 강변할지라도 적어도 학문하는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이건 연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150-151)





세상은 글을 통해 걸러지고, 독자에 의해 또다시 걸러진다.

혹 그 글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른 언어로 바뀌거나 다시 쓰여진다면 거름의 단계를 한번 더 거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거르고 또 거르면 마지막에는 무엇이 남을까?

세상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정이 되는 것처럼 검정 같은 정형화된 무엇의 재생산이 되지 않을까.

이제껏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질문처럼 쓸데없기만 한 생각일까.

무언가를 남긴다는 건 남들처럼 되고픈 남과 같지 않은 삶을 누리는 자들의 몸부림은 아닐까.



이 책은 연암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33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직접 담은 고추장을 큰아들에게 보내고 아들이 그 고추장에 대한 반응이 없자 고추장이 어땠냐며 재차 물어보기도 하고, 둘째 아들이 책을 사려는데 책값이 넉넉치 않아 고민하는 대목에선 평범한 인간으로 환생한 연암을 보는 듯 했다.



친형이 생일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한다발 보냈다.

말 그대로 한다발이다.

조금 벌고 아끼고 또 아끼자며 밥값까지 아끼던 사람이

많이 벌려 노력하고 쓸 땐 팍팍 쓰자며 삶의 모토를 바꾸자

굴러들어온 복 중 하나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의 비중은 별 차이가 없는 듯 하다.

문제는 어느 쪽에 내가 쏠렸느냔 것 같은데

움츠러든다는 것은 하늘의 햇볕을 받아 내 몸에 그늘을 만드는 것이고

펼쳐놓는다는 것은 볕을 받은 몸에 날개가 돋고 그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가는 듯 하다.

아니다 이 문제는 좀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산을 반도 올라가지 않고 내려다보는 아래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아래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저 멀리 죽은 사람들 틈에 선 연암이 희미하게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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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6.10.19 09:00
    이재우 회원님...200권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저도 분발해야 겠지만, 당분간은 힘들듯 싶군요...기본 스텝만 유지하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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