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지
2006.09.29 09:00

"의식의 탐구"를 읽고

조회 수 210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의식의 탐구



크리스토프 코흐

시그마프레스, 2006년



나는 요즘 인기있는 김태희 보다는 박주미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는 위염이 있는 내 위에 좋지 않다며 의사가 말리는 천원에 4개짜리 튀김이 너무 맛있고 내 몸이 튀김을 원하는 것은 튀김에 있는 어떤 필수 성분이 내 몸에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김말이와 오징어 튀김을 산다.

나는 비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왠지 모를 슬픔과 허무가 밀려온다. 그래도 난 그 느낌이 좋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뛰어난 인물들에 비하면 내 자신이 매우 왜소한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고 세상의 진리에 조금이나마 다가서려고 애쓴다



이와 같은 나의 느낌, 감정, 세계관과 가치관 등은 모두 내 머릿속에서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단 말인가?



인간의 정신작용에 관한 의문은 생명의 기원, 발생 등과 더블어 생물학 분야에서 풀어야하는 난제이자 가장 흥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코흐의 저서, ‘의식의 탐구’는 특히 너무 어렵고 알려진 사실도 많지 않으리라는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정신작용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큰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다. 그러나 역시 아직은 신경생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인간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정신작용을 설명하기에는 무리인 듯 하다. 코흐도 이 점을 인정하고 책의 주제를 ‘시각적 지각’에만 한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흐는 인간의 정신작용에 관한 과학적 해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매우 낙관적이고 희망에 찬 언급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과학사에서 유일무이한 시점에 살고 있다. 객관적인 뇌로부터 주관적인 마음이 창발되는 원리를 발견하고 특징지을 과학 기술이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수년이 결정적임을 두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의식의 탐구’는 코흐라고 하는 뛰어난 과학자가 수 십 년간 뇌에 대해 연구해 온 과정의 산물이며 5년에 걸친 집필 기간을 거쳐 출간된 저서이기 때문에 내용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는 매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많은 매력들이 있었다. 첫 번째 매력 중의 하나는 NCC(neuron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의식의 신경 상관물)라고 하는 개념이었다. 이 개념은 환원주의적이고 물리주의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의식의 물질적 실체와 관련이 있다. 코흐는 NCC를 “특정한 의식적 지각이나 경험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신경적 기제나 사건들의 최소 집합” 이라고 정의하며 만약 NCC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그것은 의식의 이해 특히 신경생물학적 이해에 있어 혁명적인 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개안적으로 특정한 지각의 생물학적 실체는 특이한 3차원적 패턴으로 발화하는 뉴런들의 상호작용 및 연결망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와 같은 뉴런 연결망의 일부를 코흐는 NCC라고 정의하고 있지 안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코흐가 말하는 NCC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모른다 그러나 시각적 지각과 관련하여서는 아마도 그것이 IT(하측두 피질)에 위치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코흐는 NCC의 탐색과 규명에 매우 큰 무게를 두고 있고 신경생물학계에서도 이는 분명 매우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인 것 같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의식의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설사 NCC가 명확히 규명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식의 이해에 다가서는 첫걸음일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NCC가 밝혀진다고 할지라도 NCC의 구조와 사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우리의 느낌, 감정 그리고 고도의 정신작용들로 발현되는가 하는 진정 우리가 알기를 원하는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물론 그 해답에 조금 다가서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NCC의 규명은 유전현상의 규명에 있어 차가프가 발견한 DNA 염기 구성비나 Avery 등 또는 Hershey & Chase의 발견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진정 본질적인 규명이 남은 것이다.



두 번째로 흥미있었던 내용은 의식과 관련해 밝혀진 신경계의 조직도와 그 계층적 특성이었다. 막연히 아직 멀었을거야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나에게 원숭이에서 밝혀진 전기회로도와 같은 시각계의 복잡한 조직도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현대 과학으로 이 정도 아니 그 이상 밝혀져 있기에 코흐처럼 자신있게 의식의 규명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신경계 작용의 계층적 특성- 예를 들어 형태의 지각과 관련한 시각정보의 흐름이 망막>V1>V2>V4>IT 로 흐르는 것에서 볼 수 있는-은 진화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당연지사이겠지만 역시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좀 빗나간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생명 등 자연 곳곳해서 발견되는 계층적 속성들은 우주의 계층적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 신경계 구조들의 작용에 있어 그 계층적 정보의 흐름 보다도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정보 흐름의 되먹임(feedback)이었다. 즉 망막>시각피질>전두엽 뿐만 아니라 전두엽으로부터 초기 시각피질로의 정보의 되먹임. 이것에 바로 의식 출현의 중요한 열쇠가 있지 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되먹임은 망막에서 시작된 단순한 정보에 고차원적인 풍부함을 더 해 의식이 태어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 번째 흥미로웠던 주제는 “주의” 였다.

“당신이 의식하는 것은 보통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

진정 그러하다. 눈을 통해 매순간 들어오는 신호(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 모든 신호가 뇌피질에서 계산되어 의식된다면 우리 뇌는 아마도 과부하로 타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뇌는 주의(attention)라고 하는 필터를 통해 시각 정보의 일부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의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뉴런(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상(들)이 명시적으로 표상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게 되고 경쟁에 이긴-주의를 끈- 대상만이 선택되어 의식되게 되는 것이다. 주의는 의식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종의 bottleneck과 같이 작용한다.

또한 주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우선 상향 주의(bottom-up attention)는 대상의 특출성(saliency)에 기반을 두고 작용한다. 어떤 자극이 충분히 특출하다면 그 자극은 의식된다. 상향 주의에 의한 선택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대상과 그 속성에 적용되며, 선택은 일시적이고 우리 스스로가 선택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매순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주변을 살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가 주변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의식한다. 이는 상향 주의를 통해 주변 대상들의 요점만을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형태의 주의는 하향 주의(top-down attention) 즉 초점 주의이다. 초점 주의는 시야의 국부적 지역에 위치하는 대상의 특정한 속성만을 선택적으로 의식할 수 있도록 하며, 상향 주의와 달리 의식의 지속 기간이 길고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특정한 자극들이 동시에 자주 반복되면 이러한 자극들은 통합된 단일체로 의식되게 되는데 이러한 결합(conjunction) 과정은 초점 주의에 의존한다.



언급하고 싶은 마지막 논점은 이 책의 끝부분에서 논하고 있고, 크릭과 코흐가 좋아한다고 하는 주제 즉 우리가 의식하는 것 외에 “비의식적 호문쿨루스” 라고 하는 초정신적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부연하면,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외부세계 자체가 아니라 신경계가 선택한 외부세계에 대한 표상들 중 하나이며, 이 표상에 붙여진 감각질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세계의 어떤 초정신적인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코흐는 내면세계의 초정신적 어떤 실체를 “호문쿨루스”에 비유하고 우리가 이 호문쿨루스의 작용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의식적”이라는 표현을 덧 붙였다. 그리고 물론 “초정신적”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흔히 심신이원론에서 주장하는 비물질적인 어떤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흐는 전두엽의 어딘가 제한된 영역에 사실상 호문쿨루스처럼 행동하는 신경망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흐의 이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실제 외부세계도 알지 못하고 우리의 깊은 내면세계도 알지 못하며, 오직 감각질의 주관적 세계만을 붙잡고 있는 존재이니 좀 허무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의식의 탐구”는 분명 흥미로웠지만 내겐 어려운 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간 미루어 두었던 정신작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계기는 될 듯 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은 물론 코흐의 절친한 동료이자 스승인 크릭의 “놀라운 가설”이 될 것이다. 그 후에는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가 될 듯.....
  • ?
    박문호 2006.09.29 09:00
    엄준호 박사님 상세한 독후감 좋습니다. 크릭과 에델만과 더불어 라마찬드란("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를 추천드립니다. 나중에 서로 의견나누었으면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6 공지 "산 에 는 꽃 이 피 네" 박종두 2004.02.08 1675
1415 공지 "상 실 시 대" 박종두 2004.02.08 1795
1414 공지 "생각의 오류"를 읽고 1 엄준호 2007.12.24 2971
1413 공지 "생각의 탄생" 독후감 4 김미희 2007.11.14 4003
1412 공지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 "One Page Proposal" 엄재윤 2004.03.24 1768
1411 공지 "서희 협상을 말하다" 2 권현분 2004.08.07 2043
1410 경영경제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나린 저 3 김영훈 2009.07.16 2737
1409 "신의 방정식"을 읽고 11 표태수 2009.05.11 3085
1408 공지 "아 버 지" 박종두 2004.02.08 1614
1407 자연과학 "아윈슈타인이 직접 쓴 물리이야기"를 읽고 6 표태수 2009.07.01 3797
1406 공지 "연 어" 박종두 2004.02.08 1632
1405 공지 "연 탄 길" 박종두 2004.02.08 1702
1404 공지 "열 려 라 거 미 나 라" 박종두 2004.02.08 1850
1403 공지 "오만 과 편견" 박종두 2004.02.08 1741
1402 공지 "운수 좋은 날" 박종두 2004.02.08 1919
1401 "원자와 우주 사이"(마크 호 2007;고문주;북스힐 2011) 고원용 2012.11.12 2048
» 공지 "의식의 탐구"를 읽고 1 엄준호 2006.09.29 2102
1399 공지 "이보디보"를 읽고 2 엄준호 2007.12.08 2819
1398 공지 "창 가 의 토 토"[1] 박종두 2004.02.08 1777
1397 공지 "창 가 의 토 토[2] 박종두 2004.02.08 173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