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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by 서윤경 posted Sep 0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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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담아낸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야생 사진가 호시노 미치오의 글과 사진이 있는 책...그리고 독서클럽의 박문호 박사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몇년 전부터 디카의 열풍으로 몇몇 이름을 얻은 사진작가의 책들이 나오기도 했지만...대부분 사진 외엔 그닥 읽을거리가 못되거나 아니면 의외로 사진보다는 글이 차라리 나았다는 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는 사진에 먼저 감동을 받고 그 느낌을 지닌채 글을 읽으면서 책 뒷편의 두께가 줄어드는게 아까운 느낌마저 드는 그런 책이라 말하고 싶다.

카리부, 무스, 북극곰, 그리즐리, 붉은 다람쥐, 흑고래, 3만6천년 나이의 들소, 북극 여우, 이리, 흰머리 독수리....

그리고....

스스로 에스키모가 되어 41년째 알래스카에 머물고 있는 밥 율, 훌륭한 아버지이자 식물학자 짐, 부시파일럿 돈 로스, 과거에는 비행사였고 지금은 72살의 환경보호론가 셀리아 헌터, 인디언 친구 알, 불편한 몸으로 혼자 살아가는 케니스 누콘, 112살의 월터, 쉬스마레프 마을 사람들....그리고 테너 섹스폰 재즈음악가 덱스터 고든...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 들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이들 주인공의 이야기를 매우 담담히 그리고 아주 낮은 톤의 목소리로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려주듯 사진과 글 속에 담아 놓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려주고자 하는 바는 인간과 자연, 생존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기에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야영 도중 불곰의 습격에 운명을 달리한다. 이 책의 뒷편에 실려있는 그가 타계하기 몇일전에 쓴 원고에 의하면 2살이 채 안된 아들이 있었던 듯...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기 보다는 이 책의 느낌으로 보았을때는 알라스카에 너무나 어울렸던 그가 운명을 그냥 받아들인게 아닐까 하는 추측마저 들게 했다. 이처럼 스스로 선택한 한 길을 매우 정직하게 걸으며 자신의 인생 마무리 순간까지 그 길을 벗어나지 않고 유지하는 그런 인물들을 접할때마다 나는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마저 갖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알래스카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이채로운 것들이 있다.

서리가 내린 후 블루베리 따먹다가 곰하고 박치기 하기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알래스카의 무스는 신문을 읽는다는 것...알래스카 철도를 일컫어 무스 엉덩이 찌르개라고 한다는 것...흑고래의 신비한 사냥법 버블넷 피딩(Bubble-net Feeding)...그리고 도박하는 흑기러기...등등

이 내용들이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그리고 가슴 가득히 광활한 알래스카의 평화로움을 담아보시길...

끝으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살아있는 동안 한번만이라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밤 하늘에 소리도 없이 생물처럼 춤추는 차가운 불길..."이라고 호시노가 표현한 오로라가 춤추는 밤을 보고 싶다...

* 주)

- 부시파일럿 : 뛰어난 조종술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험난한 자연 환경을 비행하는 파일럿

- 무스 : 뿔이 굉장한 사슴(?)

- 카리부 : 물소

- 그리즐리 : 갈색곰. 무척 사납고 덩치도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