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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09:00

굶주림-크누트 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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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소조의 시체 위에 초추의 양광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은 끊겨 거의 일 주 간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에서는 흙 뭉치가 떨어지고 한 삭은 나무 위에 "아이시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몇 해고 몇 해고 지난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안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연애 사건, 혹은 하나의 허언 혹은 하나의 치희,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서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시작되는 글은 독일의 작가 안톤 슈낙(Anton Schnack, 1892∼1973)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입니다. 70년대까지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려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교과서에서는 다시 만나기 힘들게 된 가슴 저리는 명수필이지요...



아마도 그때 학교를 다니셨던 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수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곳에,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어릿광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때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만월(滿月)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두세 구절. 굶주린 어린아이의 모습. 철창 안으로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 ―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었던 것도 기억하실겁니다.



그렇습니다. 크누트 함순의 두세 구절...바로 이 노르웨이의 작가의 출세작 <허기> 혹은 <굶주림> 속의 두세 구절이겠지요.



딱 20년전에 제가 한국 김포공항를 떠나기 전, 저의 친한 친구가 저의 손에 들려주었던 책인데...이제 단행본으로 나왔군요. 출판사 <창>과 <범우사> 두 곳에서 나왔는데, 저는 두 판본을 다 구입했읍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숨도 쉬지 않고 -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 다 읽었읍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표드르 도스또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가 자꾸 생각나는군요. 일회적이지만 인간의 본성 혹은 심리묘사에서, 함순의 이 작품만큼은 도스또옙스키의 그것과 견주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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