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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걷고 이야기하고 먹고 차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시장에 가는 모든것.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듣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수행이며 만행이다.
순간 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모든것..이 모든 것이 만행이다. (첫 표지 글에서)


[명사]<종교> 불교도나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행동. (네이버 사전 검색에서)


이 책은 많은 이에게 유명해진 푸른 눈의 수도자 현각 스님의 자서전적 책이다.
그가 미국에서 선원을 운영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한국식 "선"을 알림으로써 유명해진 숭산 스님을 만나기 훨씬 이전... 현각이란 법명을 얻기 훨씬 이전 그가 태어나고 자라나고 학교를 다니며 가족 속에서 지내던 시기 부터 이 책을 쓴 시점까지 그의 인생이 불교와 관련지어 씌어져 있다.

그는 1964년 미국 뉴저지에서 생화학 박사인 어머니와 독일계인 아버지 사이에서 일곱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의 형제는 모두 9명이다. 부모님이 모두 뉴욕의 명문 카톨릭 대학을 나올만큼 카톨릭 전통이 강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의 부모가 9명의 형제에게 주문한거는 딱 2가지 였다고 한다. 성당에 가는 것과 열심히 공부하는 것...그래서인지 그의 형제들은 대부분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상류층으로 보인다. 큰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선생님도 있고, 월가에서 일하는 증권맨도 있고,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은행의 중견 간부도 있고...엔지니어로 성공한 누나도 있고 변호사인 누나도 있다. 현각 그도 초등학교 때부터 <뉴욕타임스>를 읽는등 집안에서 천재가 났다고 할만큼 머리가 좋았고 이후 예일대학을 거쳐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 하였다 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형제들과 달랐던 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진리"에 대해 관심을 갖었다고 한다. 늘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이면에 감춰진 "진짜"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보는 버릇이 있었고 이런 의문들이 그를 경험주의자로 만들었다. 이런 성격탓에 다소 문제도 일으켰던 소년이었던 듯...


모든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부딪혀보자,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니 나의 학교 생활은 여느 모범생들과는 다를수 밖에 없었다. (1권 33쪽)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그는 60년대에 태어나 1983년도에 예일 대학을 입학한 미국의 386 세대이다.(물론 이젠 486 이겠지만) 그가 예일 대학을 간 이유는 철학과 신학을 본격으로 파고 들어서 나중에 수도사 혹은 교수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재밌는건 그가 4년간 공부하며 지낸 예일 대학이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부유한 코네티컷 주에 있는데 아이로니컬 하게도 예일 대학이 있는 도시 뉴 헤이븐은 미국에서 일곱번째로 가난한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학교 정문만 나서면 바로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추위에 떠는 흑인들을 보면서 진리가 무엇인가로 논쟁을 하는 자신과의 모순적 환경에서 충격을 겪었다고 한다. 그에게 대학 생활은 모순과 의문의 연속이었다.


그는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에 관심을 가졌고 윌리엄 워즈워스, 셸리, 키츠, 콜리지와 같은 낭만주의 시인들이게도 관심을 가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생을 이야기 한다는데 그는 신기해 했다. 특히 쇼펜하우어를 통해 처음으로 불교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생긴다. 그에 따르면 쇼펜하우어는 모든것에 회의적이었지만 딱 한가지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깊은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책상 위에 불상을 모셔놓았다고 까지...또 마침 목사인 한 친구로부터 일본 불교책을 한권 선물받고 처음으로 자신의 자취방에서 다리를 꼬고 참선이란 것을 해 보았다고 한다.

예일 대학을 졸업후 그는 쇼펜하우어를 더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갔다. 그곳에서 1년을 보낸 후 파리로 가서 다시 1년을 보냈고...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하버드 신학대학원에 입학한다. 그리고 어느날 불현듯 떠올라 스스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젠센터"를 찾아간다. 여담이지만 재밌는 우연이 있다. 지난번 독서 모임에 초대된 연로하시지만 현재도 영문 번역과 불교관련 서적을 영어로 쓰고 계시는 전직 영문학 교수님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셨다. 그분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불교 용어가 영어 사전으로 정리된게 없다시면서 그때 일본말 "Zen"이란 단어를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불교 용어들이 대부분 일어인 이유가 전직 고등학교 영어 선생인 다이제츠 T. 스즈키란 사람이 일본 불교영어를 영어 사전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우리나라 불교를 위해 그 일을 해보시고 싶다는 포부를 보여주신바가 있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 책에서 현각이 처음으로 선원을 전화번호부에서 뒤적이기 위해 "Zen"이란 단어를 찾았다는 대목에서 위의 스즈키 선사 이야기가 나온다. 반가웠다.

하버드 신학대학원을 입학할때 겉으로는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는 학문하겠다고 내세웠지만 이미 관심은 불교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스승을 만날 인연이 없어서 그저 책으로만 공부했다고 한다. 노자와 장자의 저서들도 읽었고,,,무위에 대한 경지도 동경했다고 한다. 태생이 동양인인 나도 이런 갈망을 해보질 못했건만...그러던 어느날 한 일본인 교수로부터 숭산 스님의 저서를 한권 소개받고 강의도 다녀오라는 권유를 받으며 그는 처음 한국 불교를 접하게 된다. 숭산이 운영하는 젠센터가 바로 하버드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젠센터의 운영 방식이 재밌다. 일단 한국처럼 나이드신 분들 보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희망자(신도)들이 스님들과 함께 지낸다. 물론 월세(1인당 480달러)를 내면서..매일 새벽 네시반이나 다섯시쯤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염불하고 참선을 한 다음 아침 식사(발우)를 하고 신도들은 각자의 일터로 흩어진다. 그리고는 다시 저녁떄 젠센터로 모이고...

그는 이곳에서 숭산을 접하게 되었고 직접 대면은 홍법원이란 로드아일랜드 젠센터에서 이루어지면서 그는 결국 수행을 결심하고 하버드를 1년 마치는 시점에 휴학계를 제출한다. 그가 결심한 수행 전에 한 일은...한국에 있는 절에 가는 돈을 벌기위한 공사판 일과 시간 날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가 한국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국에 가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던 그가 처음 한국을 비행기에서 접하며 놀랐던 거는 너무나도 많은 수백개가 넘는 십자가 였다고 한다. 필리핀이 아닌가 라고 착각할 만큼...그를 마중나온건 안면이 있는 또다른 푸른눈의 수행자 무심 스님...그리고 수유리에 있는 화계사로 향했고...그곳에서 다시 그토록 다시 만나고자 했던 숭산스님을 만났고....처음으로 삭발이란 것을 하게 되고...계룡산에 있는 신원사란 곳으로 옮겨서 동안거를 시작한다. 이 곳에서 그는 외국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불편한 화장실과 나무 땔감으로 불지피는 것 등을 경험했다. 이렇게 동안거를 90일 동안 마친 후 불국사도 들려보구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나도 스님이 되어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염원을 품은채...

이 책은 처음 읽을때부터 호기심에 접하도록 기획되어진 듯 하다.
어떻게 철저한 카톨릭 집안의 머리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서양인 그것도 자유 분방한 사회의 대표격인 미국인이 한국의 산속 절에 스스로 안거하는 스님이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
그 해답을 처음 한번 읽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다시 이 글을 정리하며 읽다보니 알 듯 싶다.
일단 마음 속에서 진리와 참나를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성향 자체가 전생이니 참선이니 깨달음과 같은 불교적 배경들에 거부감이 없이 먼가 인연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연결되어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것들을 끌어줄만한 영적 스승을 만나야 한다는 것..
아마 저자인 현각이 강조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난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이 책에서 소개되는 숭산 스님과 관련된 기억이 있다. 물론 직접적인 것은 아니고...일과 관련된 연수차 미국에 잠시 몇 개월 머물렀을때...함께 연수간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이 불교 신자였고...어느날 그가 계획되어있던 주변 여행을 갑자기 취소하면서까지 자신은 유명한 스님의 강연을 들으러 가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그 스님은 한국에서보다는 미국에서 더 유명해서...한번 법회를 열때면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자신이 한국에서도 뵐 수 없었던 큰 스님을 이곳 미국(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선원)에서 뵐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행운이다고 하며 들떠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바로 그 동료가 그토록 만남을 기뻐했던 큰 스님이란 분이 숭산스님 이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지금은 스님이 되어 계시다. 그 때 바로 머리를 깍은 것은 아니고...그 뒤로 몇년 뒤 한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내다 일 관계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 동료의 어머님이 전해준 말씀이셨다 도저히 믿기지도 않았고 일 관계로도 연락을 해야 했던 이유에 그가 출가했다는 충북의 한 선원에 전화를 해서 다시 확인을 하기까지 한 적이 있다. 지금은 행자 수행 중이라 바로 바꿔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던 기억도...그 뒤로 가끔씩 난 생각해 본다. 물론 불교와의 인연이 더 깊어 그 동료가 머리를 깍았을 지라도 그떄 내가 함께 직장 동료라는 인연을 맺고 지내던 동안에 좀 더 세상에 대한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면 또 내게 그런 힘이 있었다면 어쩌면 그 친구가 지금쯤 결혼도 하고 자식 낳고 부모님께 장남 노릇하면서 자신있게 세상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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