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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09:00

환속(김나미, 마음산책,2003)

조회 수 277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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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성직자로 살았지만 지금은 환속하여 일상인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각각 비구 및 비구니 스님, 신부, 수녀 및 수사님들이다.



비구 스님은 출발은 좋았으나 점차 목적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여 환속한 경우이다. 종단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인정을 받다보니, 지위와 명예를 쫓게 되었고 진정한 자아을 찾으려던 출가의 목적을 잊고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그 허울들을 벗어던지고 컴퓨터 수리공으로 열심히 살아가면서 불교계를 위해 자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비구니 스님은 만인의 어머니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환속한 경우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스님의 길을 택했지만 자신이 아낌없이 사랑을 줄 대상을 발견하고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아무리 퍼내어도 모자라지 않은 사랑을 서예와 다른 사람들에게로 보내고 있다.



신부님은 한여자에 대한 사랑때문에 환속한 경우이다. 소록도에서 봉사하시는 아일랜드 신부님을 보고 데모를 일과했던 학창시절보다 가치있을 것 같아 신부를 지원하였지만, 모든 이를 평등하게 받아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던 교회가 신분이나 이력에 따라 편견을 가지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던 차에 영세 문제로 혼란을 겪던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환속하였다. 하지만 속인으로서는 무능력한 현실을 절감하면서 극심한 고통에 빠지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이다.



수녀님은 성직자로서의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환속한 경우이다. 지금은 쉽게 연락이 닿지 않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고요히 하느님을 대면하면서 자신만의 성직자 생활을 하고 있다.



수사님은 불편한 자신의 몸 때문에 수도하는 형제들에게 심려를 끼칠 것 같아서 환속한 경우이다. 수도원을 나와서 당장 밥 한끼가 필요한 노숙자를 위해 쉼터를 운영하다가 건강 문제로 드러나지 않게 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한때 성직자로서 살다가 환속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고통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드러나길 원하는 않는 이도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환속을 하여도 원래 자신의 속해 있던 종교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종교를 대하는 형태가 달라서 이 세상의 종교가 정해놓은 몇 안되는 규범에 속하기 힘들었을 뿐 그들이 이해하는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직자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보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종교란 것이 원래 참된 자아를 깨닫고 고통받는 대중들과 같이하기 위함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승'과 '속'의 경계를 두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세계가 분명히 구분되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삶 전체를 종교에 귀의하는 것도 좋고 필요하지만 자신이 성직자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동기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자신의 일생을 두고 맹세한 약속을 '파계'한 것은 분명 씻을 수 없는 상처이지만,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있든지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또한 커다란 영광이란 생각이 든다. 당장 밥 한끼가 필요한 노숙자를 돕는데 종교라는 간판이 없으면 곤란하다고 단 한 명도 나서지 않는 우리나라 종교계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들 모두가 말했듯이 '나'를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정도의 성숙도가 아직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교계에 부족한 것일까? 십자가나 목탁이 자신의 '지팡이'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모두 가져야 한다는 강요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종교가 가진 외피에 집착하지 않고 종교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성인이 아닐까?



"자신과의 만남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부처나 예수가 따로 있나요? 예수는 이래야 한다. 부처는 이래야 하다는 건 없습니다. 한권의 성경과 팔만사천 가지의 법문을 꿰뚫었다 하더라도 자신을 모르면 세상이 뒤죽박죽이 아니겠습니까? 우선 자기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알고나면 자신도 편해지고 우리 사는 세사이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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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6.03.19 09:00
    짤막하면서도 명징한 언어로 표현한 좋은 독후감입니다. 환속의 주인공들이 파계가 아닌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군요. 이들이 어쩌면 종교의 도그마에 빠진 비환속인들보다 한수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 독후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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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6.03.19 09:00
    깨달음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었네요. 언제나 쉽게 알 수 있는 진실이 어렵습니다. 현재의 성직자들과 종교의 위치에 대한 점에서도 송곳 같은 시사점이 있군요. 정말 좋은 독후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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