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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다- 브로크백 마운틴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맑고 깊은 계곡,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 노니는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시원한 스틸컷을 보는 순간, 커다란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 아름다운 광경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광활한 록키산맥에서 양떼를 돌보는 두 사나이의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라니......

내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한 동성애라는 소재가 거칠고 남자다운 카우보이들의 세계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결국 나는 그들의 사랑에 콧등이 찡해와 눈물을 흘렸다.

아니...단지 두 남자의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자기애를 보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목돈을 벌기 위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방목하는 양치기를 자청한 에니스와 잭은 여름 한 철을 함께 보내게 된다. 둘의 만남은 어색하고 밋밋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와 양떼의 울음 소리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왔다고 하지만 그 둘에게는 대자연의 품속에서 양떼를 모는 일이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켜운 콩통조림과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우박같은 변덕스런 날씨와 밤사이 밀려오는 추위만 아니라면 말이다.

가슴가득 햇살이 들고, 푸른 빛깔이 물들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순한 양들을 돌보면서 과묵하기만 한 에니스도 차츰 마음의 빗장을 열고 잭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곰을 만나 다친 에니스를 돌봐주고 걱정하는 잭, 엎치락 뒤치락 장난치는 두 사람....



계절이 바뀌고 산에서 내려와야 할 때까지도 둘은 산에 두고 오는 것은 추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 묻혀 살면 잊혀질,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그런 작은 추억일 뿐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마치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귓가를 간질이고 폐부를 파고드는 그런 그리움이었다. 낮엔 태양빛에 숨어 있다가 모두가 잠든 밤에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 존재를 알리는 그런 별빛이었다.



영화 속에서 많은 사랑의 모습을 본다.

‘너는 내운명’임을 외치는 석중과 은하의 들꽃처럼 꾸밈없고, 아이처럼 막무가내인 순수하고 바보같은 사랑도 있고,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나오는 여자복서 ‘매기’와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가 보여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감처럼 혈육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가슴 찡한 사랑도 있다.



사랑은 어쩌면 고단한 삶에 안겨주는 위안이나 희망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막연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누구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2006. 03. 15. 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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