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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09:00

[38] 좁쌀 한알 (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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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스스로 호를 좁쌀 한알이란 뜻인 조한알이라 칭했던 장일순 선생에 대한 책이다. 전에 읽었던 리영희 선생의 <대화>에서 리영희 선생은 조한알 선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그 많은 좋은 벗들 중에도 내가 벗으로서 사귀게 된 것을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고마워해 마지 않는 분이 있어요. 그이는 원주에 사시는 장일순 씨예요.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 있는 '노자'라고 할수 있어. 그뿐 아니라 그는 그의 집안의 본래 종교인 천주교 신자로서 한국 기독교 신자 가운데 어쩌면 제일 예수에 가까운 인간이었을 지도 몰라. 이런 표현이 혹시 어폐가 있을지 모르고, 과찬의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30년 이상의 관계를 통해서 그렇게 믿어. 또 나는 그의 무소유의 삶과 어느 누구나 심지어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그를 박해한 상대 당사자들마저도 너그러운 아량으로 품에 안을 수 있었던, 애증을 초월한 인간이었다는 뜻에서 부처님에게도 제일 가까운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는 현실적으로 핍박받고 가난에 찌들리는 농민과 노동자와 가난한 상인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그들의 한 사람이 되어 보살핀 삶으로 보건대 동학의 진정한 신도였다고 생각해. (중략) 그리고 노자 사상의 기본 원리인 '무위자연 즉, '함이 없이 처해야 할 상태에 그대로 융화해서 존재하는' 그런 도사적 삶으로 평생을 산 사람이지" (<대화>중에서, 541쪽)



그렇다. 이 시대의 위대한 사상가 리영희 선생이 언급한 장일순 선생에 대해 궁금했고 그래서 접하게 된 이 좁쌀 한 알 책을 읽는 내내 30년지기라더니 정말 정확하게 묘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리영희 선생 외에도 시인 김지하가 스승으로 모셨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이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 했고, <아침 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겼던 인물이라고 한다.

더욱 나를 놀라게 했던건 장일순이 20대 초반에 '원월드 운동'을 통해 너무나도 유명한 아인쉬타인과 2번씩이나 주고 받은 편지가 이 책에 공개되어 있다. 와우~



그의 집안은 원래가 부유했다. 그래서 1954년도에 원주에 대성중고등학교를 세웠다. 1958년(31세)에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후 33세때도 역시 입후보 하였으나 다시 낙선함으로써 더이상 정치인으로의 길은 접는다. 그리고 그는 집안 대대로 천주교 신자였던 탓에 그 또한 독실한 신자로서 그의 나이 38세에 원주 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해 온 지학순 주교를 만나 교회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나가게 된다.



이 책은 짧지만 이런저런 많은 일화 겸 실화들을 바탕으로 장일순 선생의 됨됨이를 느끼게 해준다. 한마디로 옛날로 치면 사대부 집안의 맘씨 좋은 선비처럼 느껴진다. 즉...언제나 머리와 눈이 아래를 지향하여 항상 겸손함과 상대를 존중하는 매우 고귀한 성품을 지녔고 하지만 서화와 노자 사상에는 어느 누구보다 앞서있는 지식인 이었다. 게다가 부유하게 자란 탓에 다른이에게 베품에 있어서도 결코 한군데서도 인색함을 느낄수가 없다. 즉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모든 면모가 느껴졌다.



그의 넉넉함에 빠져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꾸만 각박해지는 세상살이를 돌아보게 했다. 나 또한 각박함을 부인할 수 없는 탓에 이 책을 직장 책장에 꽂아놓고서 나쁜 마음이 들때마다 이 책의 어느 페이지나 펼쳐들고 장일순 선생과 만나 다시 마음을 돌이키는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원식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장일순은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보면 누군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때 어떻게 하겠어?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줘. 그리고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냐"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라고. 거기까지 가야 돼."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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