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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09:00

사막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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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섬앤섬, 2005



여성 할례.



내가 이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비교적 이른 나이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그때는 그냥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우리나라 남자들의 포경수술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포경수술과 여성 할례는 아주 다른 것이고, 그것이 주는 영향은 아주 상반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은 포경수술을 하고 나면 단단해진 성기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 기사를 본 것 같다. 그러나 여성 할례는 평생 불감증(감히 불감증이라고 부르기조차 무거운 주제다. 이것은 남자의 거세와 같은 것이다)에 시달리고 남자의 소유물로 정신적, 육체적 무력감에 빠진다고 했다.



클리토리스를 잘라내고 아주 조그만 구멍만 남기고 봉합을 한다니... 그것도 마취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솔직히 아프리카 여성들은 좀더 건강하고 야생에 가까워 그렇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나보다. 할례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 구멍이 너무 작아 소변을 볼 때 10분 정도가 소요되고, 생리 때도 생리혈이 안에서 고여 열흘 이상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니...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한 고통이다.



여성은... 아프리카에서 살든, 아메리카에서 살든, 한국에서 살든, 관습이란 미명 아래 모든 불합리한 제도를 감수해내며 사는 존재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자신의 아픈 상처를 열어젖혀서,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와리스 디리란 여자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연에서는.... 선/악, 옳고/그름의 경계가 없이 오직 생존만이 중요하듯, 그녀의 삶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문명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모든 틀을 가볍게 뛰어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법과 규칙을 강요하는 사회라는 틀속에서 나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자신의 가능성을 억압하며, '평준인'이 되기 위해 진정한 '자신'을 살해했을까... 와리스 디리는 그러한 규칙을 가볍게 뛰어넘어 보다 큰 사람이 된 후, 그 이전의 규칙들이 포섭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는 사람이 되었다.



또한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용기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교활한 모델'로 그녀의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밟아도 겪이지 않는 강렬한 생명력으로 그녀의 삶을 해석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기를 잃음으로써 자존감과 희망, 자유까지도 거세당하게 만드는 여성할례는 지구상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지구상에서 여성 할례로 고통받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생기지 않는 날까지 와리스 디리가 행진하도록, 나 또한 진심어린 지지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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