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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by 임성빈 posted Oct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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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인류학자인 저자가 자기 집에서 개들을 10마리 쯤 키우면서 최대한 객과적으로 관찰한 것을 썼다. 그녀는 개들을 훈련시키려 하지 않았고 집을 떠나 동네를 싸돌아다니는 것을 괘념치 않았으며, 같이 산책에 동행하며 만 시간 이상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녀가 기른 개는 허스키와 퍼그, 그리고 딩고였다.



최대한 자유롭게 풀어키운 개는 활동범위가 무척 넓어서 3, 40 평방킬로에 달했다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개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한다. 그 넓은 면적을 끊임없이 돌아다니지만 먹이를 구하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고, 서열을 정하고 관계(친밀한 관계가 아니고)를 맺는 것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한 집안에서는 특히 서열이 중요한데, 으뜸 암컷이 아니면 임신(교미)도 하지 않는다.(개들끼리의 압력 및 스스로도) 심지어 으뜸암컷이 아닌 개가 새끼를 낳은 경우는, 다른 개가 그 자식을 죽여도 어미가 반항하지 못한다. 개는 주로 정보를 후각으로 알아내기 때문에, 밖에 갔다 온 개가 있으면 다들 모여 냄새를 맡는다. 어떤 개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며, 그 관계가 깨질 때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것 같다고 한다. 또 근친혼도 흔한 일이다.





저자가 보기에, 개는 어느정도의 학습능력은 물론이고, 감정도 확실히 가진다. 전에 로렌츠의 책에서도, 개는 생각보다는 멍청하고, 생각보다는 훨씬 감정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개는 그럴수 있는 상황이 되면, 인간과 같이 보다는 개들끼리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건 말하자면 질적연구라 할 수 있을 텐데, 개와 그렇게도 친한 인간이, 왜 여태까지 애완견으로서의 개가 아닌, 그냥 개 자체에 대한 연구가 없었는지 놀랄일이라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 연구는, 개가 충분히 돌아다닐 만한 주위환경(가령 허스키가 눈썰매를 끌 수 있었던 환경, 넓은 마당)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파트에 사는 개들, 하루에 산책 한 번도 변변히 못하는 개들이 학대받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난 언제쯤 넓은 마당과 산이 있는 곳에서 개와 함께 달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