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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2 09:00

해변의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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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정말 오랜만에 읽은 2권짜리 장편소설이었다.

짧은 글이나 영상, 음향에 익숙해져 있던 나의 단조로운 리듬을 깰 수 있었던 것은 하루키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시작된 하루키와의 인연은 끊어질 듯 간간히 이어지고 있다.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오십대 중반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젊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환갑을 넘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나이를 잊었듯이 ‘해변의 카프카’에서 하루키는 여전히 내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열다섯살의 생일에 가출을 감행한 조숙한 소년 카프카와 어릴 때 이상한 비행물체를 목격한 후로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능력을 가졌지만 지능이 성장하지 않은 노인 나카타의 이야기이다.

전혀 다른 듯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평행선을 그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간다. 그렇게 두 이야기들을 숨가쁘게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교묘하게 두 이야기가 만나게 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어느 순간부터 만나게 되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는 이미 처음부터 교묘한 씨줄과 날줄로 얽혀진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시종일관 현실의 세계와 의식을 세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경계는 모호하고 몽환적이다.

“그래, 맞아.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사물이 계속 훼손되고, 마음이 계속 변하고, 시간이 쉬지않고 흘러가는 세계에서.” 그녀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듯 한참 입을 다문다. 그리고 다시 계속한다. “그렇지만 나도 열다섯 살 때에는 그런 장소가 세계의 어딘가에 꼭 있을 것으로 생각했거든. 그런 다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입구를, 어딘가에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소설의 첫머리에 카프카는 15살의 소년이고 나이답지 않은 조숙함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의 끝머리에서 카프카는 나이답지 않은 조숙함이 묻어있는 소년이 아니라 성장한 소년의 모습으로 변화해 있었다.



하루키의 경쾌한 문체와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은 여전히 글을 읽는데 속도감과 재미를 준다. 다만 장편 소설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과 존재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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