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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

by 김세영 posted Oct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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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님의 “칼의 노래”라는 책을 이야기하려 한다.

원래 베스트 셀러라는 타이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가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에 “현의 노래”라는 책이 선정되어 출연한 작가 “김훈”을 우연히 만나게 된 후 사서 읽게 된 책이다.



한마디로 “김훈”은 묘한 매력을 지닌 작가였다.

희끗 희끗한 머리카락에 약간 검은 피부,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낮고 어눌하고 느린 말투로 진행자와 게스트의 물음에 대답하는 그에게서 나는 강한 남성과 카리스마를 느꼈다.



시종일관 그의 대답은 cynical하면서도 명료했다.



“칼”이라는 힘과 피를 담고 있는 명사가

“노래”라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운율이 있는 명사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조화될수 있을까?



그 어색한 듯 아름다운 조화는

칼을 쓰는 무관이면서도 시인이었던 이순신이라는 인물에서도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듯 강해보이면서

한없이 여려보이던 작가 김훈의 모습에서도

또,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살육의 현장에서

쉼없이 허공을 가르며 피를 제물로 바쳤던 칼이 부르던

절규에서도 느껴졌다.



막연히 전쟁 영웅으로만 알았던 “이 순 신”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고뇌와 처참하고 잔인한 전쟁의 현장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과연 전쟁이라는 살육의 현장에서 얼마나 휴머니즘이 지켜질 수 있을까?

비록 적일지라도 부상자를 치료하고, 포로를 보호하고 인도해야한다는 Red Cross의 정신이 또한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논리인가?



이라크와 미국의 포로 살해나 학대장면을 보면서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싶고 도저히 이해가 안됐는데, 이 책을 보면서 죽이고 부수고 빼았아야만 하는 전쟁에서,

군인은 사람일 수 없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가 단죄해야 할 대상은 사라지고,

그저 죽음과 승리와 영웅의 이름만이 남을 뿐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인 칼의 노래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얼마전에 쓴 그의 첫 단편이 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마치 한땀 한땀을 수놓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수예품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 하나 하나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깊이가 있으면서도

촘촘히 잘 짜여져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멋진 그림이 되는 수예품처럼 작은 바늘끝과 떨리는 손길과 돋보기를 쓴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그가 부를 또다른 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