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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편에 이어서..)


자! 이제 앞에서 말한 대로 주기론(主氣論)과 주리론(主理論) 그리고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매우 형이상학적 인식론이라 쉽게 잘 설명이 될 수 있을 지 걱정이지만,
아는 대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다.


주리론은  리(理)가 발(發)해서 사단(四端)이 되고,
주기론은  기(氣)가 발(發)해서 칠정(七情)이 된다.
사단(四端)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 즉, 선천적이고,
도덕적인 능력을 말하며,
칠정(七情)은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표현되는 인간의 자연적인 감정을
말한다.



사단(四端)은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상편에 나오는 말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 <惻隱之心(측은지심)>,
자신의 불의(不義)를 부끄러워하고,
남의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 <羞惡之心(수오지심)>,
양보하는 마음 <辭讓之心(사양지심>,
잘잘못을 분별하여 가리는 마음 <是非之心(시비지심)>의
네 가지 도덕적 감정  즉, ‘심(心)’ 과 ‘정(情)’ 을 말한다.

그리고 칠정(七情)은  예기(禮記)의 예운(禮運)에 나오는 말로,
기쁨(희, 喜),  노여움(노, 怒),  슬픔(애, 哀),  두려움(애, 哀),  사랑(애, 愛), 
미움(오, 惡), ·욕망(욕, 欲) 의 일곱 가지 인간의 자연적 감정  즉, 
‘성(性)’ 을  가리킨다.


본래, 사단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덕목과 관련된 윤리적 범주에,
칠정은 인간의 감정을 총칭하는 인성론의 범주에 각각 속하여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던 말이었다.
그러나 송대(宋代)에 성리학이 일어나면서부터 이 두 개념은
인간 심성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도덕적 성격을 띠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각각 나타내는 상반된 의미로 인식되어 대조되는 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


곧, 성리학에서는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심성(心性)이 일치한다고 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명제 아래,
우주 자연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바탕으로
이기론(理氣論)을 발달시켰고,
다시 이를 근거로 하여 인간 심성의 발생 과정과 그 작용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실천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해명하고자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단 칠정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


중국에서 사단칠정의 문제는,
성리학의 '이기심성론(理氣心性論)' 의 탐구에 있어 하나의 과제로
다루어지기는 했어도 태극론(太極論)과 같은 우주론에 비해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선 사상사에서는 사단과 칠정의 발생 과정을
이기론적(理氣論的)으로 해명하는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이것은 대규모 논쟁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이 논쟁은 이황(李滉)과 기대승(奇大升) 사이에서 처음 발생하였고,
나중에 이이(李珥)와 성혼(成渾) 사이에서 다시 논의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의 논쟁으로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사단이 리(理)에 속하는가?,
아니면, 기(氣)에 속하는가? 하는 문제와,
이 리(理)가 과연 발동(發動)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두 가지 문제였다.

16세기 말에 발생하였던 이 논쟁은 당대의 저명한 성리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학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성리학자가 이 문제를 다루었을 정도로 한국 유교의 전개 과정에
절대적 영향을 주었다.
자기 눈앞의 이익만을 따지는 현실의 정치가나 학자들과 견주어 볼 때,
조선시대의 정치가나 학자의 그 깊이에 대한 차이가 뚜렷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주리론의 대표적인 대가로는 역시,
퇴계 이황을 꼽을 수 있는데, 조광조의 정통계열로 주자이후 동아시아 최고의
성리학자로 평가받는 대석학이다.
이에 반해 주기론의 대가로는 역시, 율곡 이이를 꼽을 수 있는데,
율곡에 앞서, 나는 기대승(奇大升)이란 인물을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기대승(奇大升)은 전남 나주사람으로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峰),
존재(存齋)이다.
1549년(명종 4) 사마시(司馬試)를 거쳐, 1558년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사관(史官)이 되었다.
1563년 사가독서(賜暇讀書)하고,  주서(注書)를 거쳐 사정(司正)으로 있을 때,
신진사류(新進士類)의 영수(領袖)로 지목되어 훈구파에 의해 삭직되었다가,
1567년(명종 22)에 복직되어 원접사(遠接使)의 종사관(從事官)이 되었다.
이 해 선조가 즉위하자, 집의(執義)가 되고, 이어 전한(典翰)이 되어
조광조, 이언적에 대한 추증(追贈)을 건의하였고,
대사성까지 지낸 대단한 인재이다.


퇴계는 이 기대승(高峰)과의 서신을 주고받으며,
그 유명한 사단칠정 논쟁 (四端七情 論爭)을 펼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퇴계의 나이가 60을 바라보았고,
기대승은 문과에 갓 급제한 32세의 신출내기 유생이라는 것이다.
당시는 유교적 가치관인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도리가 중요시 되던 시대상황에서
자신보다 한참어린 신출내기 학자에게 예의를 다하여 논쟁에 응했다는 점으로만 봐도 퇴계가 배움에 있어 마음자세와 더불어 그 범위와 품위를를 얼마나
넓히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자, 이제 그들의 논쟁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기대승이 퇴계에게 반론을 제기한 내용의 핵심은,
단(端) = 측은지심(惻隱至心) = 정(情) ≠ 성(性)으로 도식화 할 수 있으며,
그의 이론은 단(端, tip)은 본체가 드러난 하나의 단서, 실마리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빙하가 바다위에 떠있을 때 눈에 보이는 맨 위의 일부분이
端(단, 측은지심)이며,
그 아래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거대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을 ‘인(仁)’ 으로 보았다.


발이개중절(發而皆中節)  즉, 사단은 칠정 외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칠정이 발하여 상황에 잘 들어맞는 상태일 뿐인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사단이던, 칠정이던 모두 심적인 현상의 체계로 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理), 기(基)가 상호 분리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실적 논리상으로 볼 때, 이 말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다.


퇴계도 이에 대한 타당성은 인정했지만,
퇴계의 이성은 사단칠정에 대해 인간의 도덕적 순수한 아름다움에
종교적인 집착(執着)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리발(理發)은 선험적(先驗的) 도덕본성이 자발적 주체로서
인간에게 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도덕적 규범이 자발적으로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고 주장한, 
 칸트(Kant, Immanuel)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다.
“기대승의 반론을 상당부분 인정하지만, 
 만약, 기대승의 이론대로 사단과 칠정의 구분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회의 도덕적기준이 무너진다는 것” 이다.
 

(뭐, 속된 요즘 표현을 인용하면,  의식의 주체와 따라,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가 된다는 도덕적 기준에 대한 
 모순성을 짚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정(情)의 테두리 내에 사단과 칠정이 있고, 그 원인을 파고들어가 보면,
그 근원에는 사단은 본연지성(本然之性)으로 리(理)가 존재하고,
칠정에는 기질지성(氣質之性)으로 기(氣)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 사상사의 기발(氣發)과 리발(理發) 논쟁에 대한,
기대승의 적통을 이어받은 이가 바로 율곡 이이였고,
그는 당연히 기발(氣發)만을 인정했다.
이를 좀 더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주리론(主理論), 리발(理發)  =  이상주의 적 인간관 = 퇴계
(정치와는 무관하게 순수 선배정신 고수)
주기론(主氣論), 기발(氣發)  =  현실주의 적 인간관 = 율곡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개혁)

이후, 주기론(主氣論)은  '기대승 - 율곡 - 송시열 - 권상하' 로 그 계보가
어어져오면서, 리(理)를  기(氣)의 조리(條理)로 환원시켰고,
조선사상사의 주류로 자리 잡았으나,
결국, 조선후기로 가면서 주기계열의 학풍이 퇴계적으로 리(理)화 되는
복고(復古)현상이 생기게 되었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회적 부패의 도덕적 회귀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됨.)



 그러면서, 성리학은 그 생명력을 잃고, 현실감각을 상실하게 되었고,
종래에는 종교적 도그마(dogma)로 방향을 급선회 했다.
(이를 두고 생겨난 속된 표현이 바로,  '꼰대주의' 인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제국주의 열강들이 침도(侵盜)하고,
도전해오던 조선후기로 갈수록 현실적 국내. 외 정치, 사회전반에 대한
대처능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과 합리주의를 앞세운 서구 세력간의 이권(利權) 다툼의 희생양이
되면서 심산 김창숙(心山 金昌淑)을 마지막으로 조선기의 사상적 흐름은
근대(近代)라는 시류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만다.


조선유학은 인간을 감정의 주체로 파악하였다.
감정이  이성보다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서구의 합리주의(Rationalism)는
이성의 본질을 이성(Reason)에 합하는 삶에 그 기준을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구의 근대 이성(Reason)이란,
'수학적 이성' 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계산, 측정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본래, 고등수학은 희랍인들의 논리학과 연역적 사고에서 출발하였다.
그 수학하는 능력을 이성(Reason = Nous) 이라고 불렀다.
조선후기에 다시 복고된 퇴계의 이성은 도덕적 합리주의를 표방했고,
서구의 이성은 수학적 합리주의를 표방한 것이,
동. 서양의 가장 큰 사상적 차이였다.


우리민족의 20세기는
‘퇴계의 리(理)’  가 서구적 ‘과학이성의 합리성(合理性)’ 으로 그 영역을
넓혀간 1세기 였다.
다시 말해,  도덕에서 과학으로의 변이(變移)이 발생한 것이다.
동양문명은 서양문명에 비해 과학과 고등수학이 없었던 것이,
현재, 서양으로부터 형식적(形式的), 암묵적(暗黙的)인 이중의 지배를 받게 된
큰 원인이 되었다.



그랬기에 서양의 과학이성과 합리성을 익히고자 우수관리(인재) 양성제도인
과거(科擧)도  사서삼경(四書三經)에서,
국, 영, 수, 과학으로 대체한 것이고, 이것이 과거(科擧)의 폐단(弊端)에서,
울대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져 왔고,
결국, 현재 과외(課外)의 사회 문제까지 흘러온 것이다.


(우리 민족은 아직도  ‘감정적 정리(情理, Emotionalistic Rationality)’  에 
 많이 치우쳐 있다. 
 어떤 이는 이를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이를 부정적 위험요소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양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과학정신을 보다 철저히 배워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 사상사의 마지막 분수령인 민중봉기 동학혁명이 실패하면서
조선의 역사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유교적 민본사상의 최대결함은 자발적으로 민의(民意)를 표출하는
제도적 보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도출(導出)의 방편으로는  소수의 민중봉기가 고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중봉기가 사상최대의 봇물로 터져 나온 결과물이 바로,
‘동학혁명’ 이었고,  그 중심에는 최제우(수운)[崔濟愚,(水雲)]가 존재한다.


(4-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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