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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에 이어서..)


 

이 책은 그 분류에 있어 경제학서가 아닌, 자기계발서에 속한다.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동류(同類)의 책들과 상당한 유사점을 띄지만,
그 초점을 ‘돈’ 이란 개념에 맞추었다는 것은 나름의 특색으로 꼽을 만 하다.


이 책의 저자인 보도섀퍼는 독일 출신의 머니 트레이너(trainer)이다.
26세 때 개인파산을 경험했고, 40대 중반인 지금은 그의 표현 그대로
자신이 투자한 돈의 이자만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제법 성공한 투자가이다.
(뭐~ 아직까지는 그렇단다.)


평소 동양사상의 깊이를 염두(念頭)에 둔  ‘나’ 로서는
그간 읽어온 동류서적들에서는 (기본이 다져지지 못한) 철학(哲學)의 부재에
상해했고,
그들이 마구 휘두른 붓의 아상(我想)에 대해 실망과 더불어 조롱 섞인 비판을
가하던 차에 그간의 유사서적과는 조금 다르게,
(저자가 서양철학의 맹주인 독일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까닭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는 나름 철학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 범주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이 아닌, 자기계발서의 영역인지라,
닭살스런 상투적 문구의 중복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돈에 관한 내용들이니...)


자본주의 체제하에 최대의 창조물인 ‘돈’ 을 말하면서  청정하고, 고고한
선비정신과의 영합을 상상하는 것은 그 비유에 있어 적합지 않다는 점을
사전 인지하고,  가급적이면 개방적인 자세로 독서하고자 노력했으나,
곳곳에서 풍겨나는 합리성을 표방한 자본체제하의 이중적 자기모순에는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13장에서 언급한 네트워크(인맥)구성 편에 대해서는 의도되고,
심지어 날조할 필요성까지 각오(?)해야 하는 비굴한 네트워크 스킬(Skill)에서는
거북함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감추어 두려한 내 자존심이 다시 한 번 자가발동 한 모양이다.


나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책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봤을 때, 이 책은 나름대로 괜찮은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집중할 수 있었던 대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건대, 나도 이제 “책의 맛” 을 조금 알게 된 모양이다.
예전에는 전체적 의미와 대중적인 느낌만을 중요시 하다가,
이제는 내 가슴을 두드리는 한 파편(破片)으로 인해 그 책의 진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회원님이 계실지는 모르겠으나,
미안지만 그것을 비밀로 하련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진 개인감정의 발로(發露)이기에...


돈은 사람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이 존재성을 부여하고, 스스로의 편리함을 도모코자 돈이라는 객체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마치, 지킬박사가 그 어떤 필요성으로 또 다른 자신인 하이드를 만들어
생명을 불어 넣었던 것처럼...
그러나, 지금의 돈은 우리가 의도한 객체(客體)를 넘어 주체(主體)로서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생명을 불어넣은 돈에,
이제는 자신들이 지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 의한 돈에서,  사람을 위한 돈이 되고,  그것이 변질되어
돈에 의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또한, 돈 뿐만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를 구속받게 만들어놓은 법률, 관습이나,
제도상의 형식과 틀이 많이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사람의 편리를 위하여 생겼났으나,
결국, 그것에 의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잊고,  이기심에만 집착하여 생겨버린
사회적 상태현상이 아닐까?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스미스가 1776년에 발간한
《국가의 부(富)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考察)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줄여서 ‘국부론’ 이 탄생한 이후,
보이지 않는 손의 등장과 돈의 가치상승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돈’ 이 만든 범위 내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돈에 대해 무감각하다거나,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거나,
그 외의 그럴듯한 이중적 자기모순에 대한 합리화를 끌어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돈’ 없이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에게 맞는 시대를 잘 만났건,  그렇지 않건 간에,
지금의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기에
그 누구에게라도  대리의 인생을 살게끔 할 수  없다는
자존(自存)이란 명제(命題)에 대해서는 그 어떤이도 자유롭지 못하다.


옛날 우리 속담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써라”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산업화의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기회주의적 물질만능이
팽배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돈에 대한 오도(誤導)의 표현이라 추측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바꾸어 사용한다.
“돈은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 라고...


돈이 지금처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의 지배위에 군림하게 된 큰 요인은,
돈을 쓸(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  돈에 대한 주인행세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서의 비유처럼,  '99마리의 양을 가진 자가, 100마리를 채우고자


1마리의 양을 가진 사람을 죽이고 그의 양을 취하듯'
현실에도 (이미 충분해 보이는) 자신의 부를 더 늘리고자  
경유착(政經癒着)을 비롯한,  갖은 악행을 일삼으며,
약한자의 고혈을 빨아대는 돈의 노예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돈들이 자신의 목숨줄을 점점 조여 올 것이라는 것을...


돈에 대한 그간의 무지와 무관심을 반성하며, 나도 이제는 돈을 좀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기 위해서다.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을 가슴에 담으며,
이 글을 접는다.



*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흐르는 물과 같은 재물을 혼자서 독점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패망하게 될 것이요,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파멸을 맞게된다)


   - 소설 상도, 거상 임상옥의 철학 중에서 -





추신 : 차기 독서작은 사전 예고한대로 유림1 조광조 편입니다.
         평소 조선 사상사에 관심이 많던지라 제법 기대가 가는 작품입니다.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돈에 대한 상투적 정보는 이미 많은 회원들도 여러 방면으로 접하여
잘 아시리라 여겨 책의 서문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 꿈을 갖고 있다.
 저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고, 내 힘으로 이 정도는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삶의 구상을 갖고 산다.
 그리고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꿈 
 또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다. 


 하지만 이런 꿈들이 현실에 눌리고 일상에 치여, 서서히 질식되고

 퇴색되어 가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굴레를 인생의 당연한 의무쯤으로 여기며,

 햇볕 따뜻한 곳에 온전한 자기만의 자리가 있는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희생하는 인생’ 에 가둔다.
 이런 저런 타협 속에 미처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세월은 흐르고,

 어느 순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인생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나’ 하는 탄식밖에 남는 것이 없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놈의 돈이 원수’ 라며 자신이 바라는 인생을

 살지 못하는 모든 책임을 경제적 상황에 돌려버린다.”


 

  • ?
    한창희 2005.09.12 09:00
    서윤경님, 봐주세요! (윤경님의 메일주소를 알지 못해 혹시나 하고 이곳에 글 남깁니다.)
    윤경님이 쓰신 “유림 1권 - 조광조편”에 대한 독후감을 다시 공개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저는 윤경님의 독후감을 읽고 리플로 저의 의견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글속에 상대방의 글이 섞여있다면 그 글은 공동의 자산이 됩니다.
    아무런 설명과 동의 없이 글을 삭제나 변경한다는 것은 윤경님의 글에 의견을 남긴 상대에 대한 기본적 예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전 공지한대로 윤경님의 글이 존재해야 제가 쓰려하는 부연설명이 더해져서 회원들의 이해를 더욱 쉽게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발생하는 홈페이지상의 시스템문제인지, 윤경님이 자의적으로 비공개 변경을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능하시다면 글을 다시 공개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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