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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신부" 


                                               황지우 지음




 

 


광주..


1980년 5월 금단(禁斷)의 땅...

나는 어제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폭정아래 짓밟힌 80년 5월 금단의 땅

전라도를 다녀왔다.
뭐~ 5.18의 참뜻을 기리거나, 호국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거룩함이 담긴

행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이제 새로운 2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간에 쌓아 두었던 머릿속의 묵은 찌꺼기들을 밀어내기위한

망각(忘却)의 여행이었다.
(마치, 전장 속에 또 다른 전투가 시작되기 전,

 설레임 속의 망중한(忙中閑) 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움의 공간을 굳이 전라도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음.. 뭐랄까!
그것은  5월이 주는 찬란함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암전(暗轉)의 모티브가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전체의 역사 속으로 개인의 역사가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리라..!


이 글은 기행문이 아닌 독서평의 글이기에 나의 전라도 여정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은 필요 없겠으나,

그래도 어디를 다녀왔는지 궁금해 하는 회원이 있을지 몰라,

흐르듯 스치며 지나온 여정의 순차(循次)만을 간단하게 기록하겠다.
(관심 없는 회원께서는 그냥 건너 띄고 읽으시길..)


새벽의 몽롱한 정신을 겨우겨우 수습하고 출발한 나의 첫 목적지는 광주,
이미 외형적으로는 상흔의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는 금남로 근처에서

이른 출발의 공복감을 매우기위해 이름모를 전라도 아즈메가 말아주는

콩나물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어 화순을 지나,

고즈넉한 풍경으로 각종 TV드라마와 광고의 은은한 풍경으로 유명해진

보성의 녹차 재배지에서 비 온 뒤의 청아함을 느끼며 그 풍경을 사진기에 담고, 
사전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된 배경인 남도의 트라이앵글(triangle)인

보성, 벌교, 순천으로 이어지는 ‘남부군(南部軍)’ 의 가물가물한

대장정을 따라 이동하며, 

백두대간의 호남 줄기인 백운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광양제철의 웅장함을

뒤로하고,
이순신 장군의 영험(靈驗) 이 긷든 보검에 새겨진,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석자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움직이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의 글귀처럼 핏빛으로 물들은 

남해대교에서의 석양을 담는 것으로 나의 무박 2일의 여정이 끝을 맺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나의 욕심에

그윽한 풍경들을 건너 띈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으리라는 무언의 약속으로 위안 삼았다.
책을 논하기에 앞서 서설(序說)이 너무 길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양해를 구하며, 이제 오월의 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먼저, 내가 이 책을 소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책은 지난 5월 13일 KBS 교양프로그램인 “TV책을 말하다” 프로에 방청객으로 참관한 대가로  임철우님의 ‘봄날’ 과  함께 선물 받은 책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관하게 된 구체적 이유에 관해서는 클럽 홈페이지나,

회원 개인 E-mail로 그간 안내와 공지하였기에 각설(却說)하기로 하겠다.


그리고  회원 서울 상경기(TV책을 말하다 방청참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송윤호씨가 따로 게시판에 글을 남기겠다고 했기에 구체적 설명 역시,

생략하기로 하겠다.
다만, 이 글을 읽는 회원의 이해를 돕고자 이 책과 함께 녹아들어야 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본인이 느낀 그대로를 방청 참관후기로 함께 기록하겠다.
이 점에 대해서는 송윤호씨의 양해를 구한다.


오월의 신부.
이 책은 '광주' 이야기다.
그것도 80년 5월의 광주에 대한..
희곡(戱曲)형태로 쓰여졌기에 난해한 설명이나, 역사적 고증보다는

징하고, 거친 전라도 특유의 걸쭉한 사투리가 베인 생생한 언어를 바탕으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해간다.
그간 크고 작음을 떠나, 80년 5월 광주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해도 그 내용은 익숙할 것이다.


학교와 노동자들의 대동제를 필두로 그간 연극무대에서도 초연된 바 있고,

온 나라를 귀가 시계로 만든 ‘모래시계’ 란 국민 드라마에서도

이 책과 유사한 내용으로 광주를 그린 바 있다. 
(최근에는 제5 공화국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에서 신군부가 탄생하는

 그 역사적 배경으로 다시 한번 광주를 다룰 예정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유형의 신부가 등장을 하는데,

하나는,  장요한이란 천주교 주임 신부(神父)를 말하고,

김현식이라는 연인과의 5월에 결혼식을 앞둔 오민정이라는 스물세 살의 

신부(新婦)가 그 나머지 하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오월의 신부에 속하는 ‘신부’의 개념은 神父와 新婦의 이중적 모티브를

설정한 중이적(重義的, ambiguity) 표현인 것이다.


그  오월에는

산자와  죽은 자,
떠난 자와  남은 자,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살인자와  희생자,
5월 화창한 봄날의 따스한 햇살과,

그 햇살사이로 물드는 웨딩드레스 자락의 핏빛 울음이 담겨있다.


(2편에서 계속..)

 

  • ?
    송근호 2005.05.19 09:00
    그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가 심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학가에도 5.18항쟁이라고 한것이 엊그제 같은데..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독후감 잘 보았습니다.
  • ?
    한창희 2005.05.19 09:00
    송근호님, 의견 고맙습니다.
    그러나 어찌 지식인들만의 고뇌 이겠습니까?
    가릴것 없이 모두가 피해자이지요!
    다만, 그 피해가 더하냐 덜하냐의 차이겠지요!!
    어쩌면 가해자인 그들 역시 그럴겁니다..!
    80년 5월이 송근호님에게 느낌과 더불어 마음에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 ?
    최순이 2005.05.19 09:00
    책을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갈 정도로 느낌들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회원님 부럽습니다. 80년 5월의 모습을 저는 기억한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큰 회오리 바람이 스쳐 지난 폐허라 해야겠죠. 작가가 책 속에 언급한 그대로의 모습인 광주는 슬픔의 도가니였답니다. 그런데 책을 말하다를 보면서 좀 실망스러웠던 점은 공감할 수 있는 세대가 없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편안하게 광주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변화라 해야 되겠네요
  • ?
    한창희 2005.05.19 09:00
    최순이님, 의견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제가 다시 독후감을 올리게 만든 일등 공신이시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순이님에게 있어 80년 5월의 생채기는 몹시 크게 자리잡고 있으신 모양이군요! 그 날을 잊지는 마시되 부디 이제 그 아픔은 덜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세대는 찾지 못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공감하고자 하는 세대가 있음에 더 감사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 ?
    최순이 2005.05.19 09:00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광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지요. 그때가 중학교 3학년 이었거든요. 광주에서 대학 다니던 언니가 있었기에 우리집은 불안함 속에 살았죠. 그때 다락방에 숨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5.18이 민주화의 발판이 된 만큼 국민들이 한 번쯤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것 또한 광주에 사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서클럽 회원들의 열정에 감동했답니다. ' 나의 생명 이야기' 추천합니다.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교수님들을 알기에 아주 좋은 책인듯 싶습니다.
  • ?
    한창희 2005.05.19 09:00
    그러셨군요! 당시 피부에 와닿는 체감의 농도가 높으셨겠습니다. 제가 지난 며칠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엘 다녀오느라 답글이 늦었네요! 지금은 사전에 독서 예정된 책들이 많은 관계로 어렵겠지만 추천하신 책 "나의 생명 이야기"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읽도록 하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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