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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7 09:00

간디가 가장 아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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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과 불교가 번창한 우리나라에서 힌두교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아니 어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중요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간디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간디는 비폭력의 위대한 힘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 신적인 존재였다. 그런 간디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바로 이 바가바드 기타 경전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 책을 읽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힌두교의 신 스리 크리슈나와 그의 친척 아르주나의 대화 형식으로 쓰여진 바가바드 기타는 18장으로 된 짧은 경전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우주를 담고도 남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우리가 취해야 할 삶의 태도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힌두교 하면 티벳의 라마승이나 라마크리슈나의 고행하는 선지자의 모습이 먼저 떠올라, 마치 힌두교도들은 속세를 등지고 자연과 더불어 자신만의 영적 세계에서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바가바드 기타를 읽어보면 인간이 신으로부터 육체를 부여받은 이상 뭔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카르마를 벗어날 수 없고 다만 행위를 하되 그 일에 집착하지 말고 일을 하는 동기도 자신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하지말고 신에게 바치기 위한 순수한 봉사의 정신으로 행위를 함으로써 무위를 실천하라고 가르친다. 속세를 떠나라고 하기 보다는 세상에 묻혀 살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욕심과 탐욕을 극복할 때 진정한 신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는 참여속의 해탈을 가치있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어떤 일을 진심으로 열심히 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말을 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을 얻겠다는 기대를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래야만 탐욕의 상태인 라자스를 극복할 수 있고 신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장자의 무위의 정신과 일치한다.



인도의 대표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 힌두교와 불교는 모두 윤회사상을 기본바탕에 깔고 있다. 윤회사상에서는 해탈의 경지, 모크샤에 이른 영혼은 다시 태어나지 않고 미완성된 영혼, 즉 라자스나 타마스(무지)의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그 업을 가지고 세상에 다시 태어나 다시 업을 쌓아야 한다.



해탈의 경지, 즉 모크샤에 이르려면 자신을 버려야 한다. 자신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침으로써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힌두교의 독특한 점은 신이 선한 속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의 본성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주 삼라만상 유형무형의 모든 존재에 신이 내재해 있고 그 어느 것에도 신은 없다고 하는 어려운 말을 한다.



신은 우주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든 신의 일부이고 신의 체현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기독교의 성삼위 일체 사상과 유사하다. 기독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 세가지가 하나라고 주장한다. 성부인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와 인간의 모든 성령은 하나님의 다른 모습일 뿐 모두 하나님이다.



그러나 뒷부분, 즉 그 어느 것에도 신은 없다라는 말은 또 무엇일까? 신은 완전하기 때문에 어느 일부도 신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 인간 하나하나가 모두 신의 형상을 본떠 창조되었지만 어느 한 인간도 신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육체를 가진 이상 그 한계 때문에 완전한 브라만, 즉 합일의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는 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모두 신의 한 모습을 구현한 존재라는 사실만 이해하더라도 우리는 남을 비난하거나 그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슬퍼하거나 기뻐서 날 뛸 필요가 없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또 한낱 미물이라도 함부로 생명을 빼앗을 수 없는 것이고 심지어 자연을 파괴하는 일조차 스스로를 해치는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나도 신의 한 모습이요 타인도 신의 한 모습임을 이해한다면 악마의 화신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내 안에 들어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깨달음에 이르면 도대체 남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감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신이 담긴 그릇이라는 단순한 진리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스스로 몸을 아무렇게나 다루지 못할 것이다. 정욕에 불타 몸을 학대하지도 않을 것이요, 쾌락을 추구하여 흡연이나 알코올 남용, 마약복용, 자해 등으로 신전을 함부로 더럽히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몸은 온전히 신을 위해 쓰여야 한다. 몸 자체를 위해 몸을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오욕칠정은 몸 자체를 자극하는 도구들이다. 이런 신전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감각과 욕망을 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면 그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하고 완전한 행복은 신과의 합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아니 신은 행복을 추구할 필요조차도 없다. 신은 모든 것이기 때문에 행복도 그 안에 있고 불행도 그 안에 있다. 무위의 존재,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는 완전하고 영원하다.



모든 욕심과 증오심, 나쁜 의지를 모두 지워버리고 자신의 삶 전체에서 진리를 체현한 사람은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모든 생명체들은 스스로 복종하려 들 것이다 라는 말은 진리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모크샤의 경지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만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소위 매버릭스 역할을 담당했던 예수, 석가, 공자, 간디, 마더 테레사와 같은 성인과 위인들의 정신적 지도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익히 알고 있다.



사람의 본질 즉 아트만은 모든 사람에게 들어 있지만 이를 깨달은 사람만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자기 안에 우주가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말을 이해하고 나면, 티벳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수련만 해도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을 수 있고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훤히 볼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참지식은 삿트바에서 나고 탐욕은 라자스에서 나고 멍청함과 흐릿함과 무지는 타마스에서 나온다고 하는 구나의 분류는 우리 인간세계의 행위의 동기를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바가바드 기타의 명구라고 할 수 있다.



삿트바에 머무는 자는 위로 올라가 신에 가까워지고, 라자스에 머무는 자는 중간에 남아 있어 갈등과 혼돈 속에 살게 되고, 타마스에 머무는 자는 아래로 내려가 타락하고 고통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 세가지 구나를 모두 극복하고 초월의 세계에 이르면 모크샤, 즉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고 함으로써 영적 능력의 발달 단계를 과학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간디가 감옥에 갇힌 동안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항상 곁에 두고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하는 바가바드 기타는 간결하면서도 삶의 진리를 담은 경전이다. 간디의 해설과 함께 읽으면 이해하기도 쉽고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명언 명구들이 책 곳곳에서 샘솟듯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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