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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3 09:00

지와 사랑 을 읽고

조회 수 1706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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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 사랑.. 어딘가 고상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애뜻한 연애소설을 연상시키는 책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은 나의 추측을 빗나갔다.

실제로, 지(知)는 수도원의 철학자로 나르찌스를 상징하고, 사랑은 애욕의 예술가로 골드문트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책을 읽을때는 장황하고, 긴 문체를 따라 가느라 헉헉거리고 우리말 어순에 맞지 않는 번역문 때문에

문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게 많았다. 게다가 현대 문명에 젖어있는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 했다.

골드문트와 나르찌스의 만남, 대화, 오묘한 긴장감등이 묘사된 부분에서 나는 " 웬, 세상에 뭐 이렇게 복잡한 사람들이 다 있담?" 하고 생각 했다. 책에 대한 흥미를 잃고, 미그적 다음으로 미루어 놓은것이 한달이 넘겼다. 그동안 읽어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또 호기심도 발동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차차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두 명의 인물을 이해하고, 또 그들의 우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자유와 방랑, 관능 속에서 삶을 느끼며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골드문트의 삶, 자신의 피가 인도하는 대로 산다는 그의 말은 나에게 깊이 와닿았다. 평소같으면 골드문트같은 사람을 보고 비도덕적이며, 저질스러운 간통꾼이라고 손가락질 했을 테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그 내부안에서 읽어나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운명에 과감하게 자신을 던져 버리는 용기, 인간의 온갖 감정과, 느낌을 고스란히 예술로 담아 내고자 하는 노력,....등등. 그의 삶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본 것 보다 훨씬더 가치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학문의 완성을 추구하고 절제와, 수양 속에서 하느님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추구하는 사색가, 나르찌스...골드문트에게 감성의 혜택을 받은 예술가적 천분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 소년의 마음에 잊혀져 있떤 모친에의 사모를 환기 시켜, 매몰된 본질적 천성에 눈뜨도록 이끌었다.

언제, 어디있든지.. 서로의 존재를 가슴에 새기며 낯선 세계로 눈뜨게 하여 더 나은 개체가 되도록 밑걸음을 제공해준 둘의 우정....

일회성 농담을 주고 받는 것에 만남의 이유를 두고,

그저 상대방의 겉모습에 대한 호감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결국 그 탈출구로 친구를 찾는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랐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인생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골드문트와 나르찌스... 극과 극 대조적인 삶을 걷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한 여정이었음을..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섬기고 사랑했음을 알게 된다.

인식이 확장되는 느낌은 바로 이런것일까??

이 책으로 나는 이질적인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에 익숙해져있었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나의 의견에 대한 상대방의 동조를 은근히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내가 보였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정작.. 내 기준에 어긋나는 자의 삶은 무시하고 헐뜯었던 내가 있었다. 사람 사이의 사귐... 진정한 이해... 인생의 궁극적 목적.. 나의삶..

시시콜콜한 연애신문에서 재미를 느끼고, 엉뚱한 개그쇼에서 위안을 얻는 일상에 젖어있던 나에게.. 이 책 한 권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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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환 2005.03.13 09:00
    "헤세의 지와사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너무 오래전에 읽어 이젠 그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생각은 가물가물하지만 책을 읽었던 그 당시 느낌이 아련하게 다시 느껴지는듯 하네요. 다시 한번 꼭 읽어봐야겠네요.. 아주 멋진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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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영 2005.03.13 09:00
    고등학생때 밤을 새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가슴을 벅차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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