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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1 09:00

희망은 길이다. 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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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은 길이다"



                                                  루쉰 지음

                                                 이욱연 편역



 

 

 

 

 

이 책은 루쉰의 아포리즘(aphorism, 경구 잠언)을 모은 책이다.
먼저, 루쉰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는 중국 근대사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교사, 작가, 문학사가이며,

중국의 근.현대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인들에 대한 혁명적 사상의

체계전파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그의 묘비명에는

“중국 혼(中國 魂) 여기 잠들다” 라는 휘호가 각인되어 있다.

 


내가 그의 글을 맨 처음 접한 것은 지금부터 4~5년 전으로

‘아큐정전(阿Q正傳)’ 과  ‘고향(故鄕)’ 이란,   중.단편 소설을 통해서였다.
표의문자인 한자(漢字)의 깊이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그 표현의 방대함을

따라잡지 못한 까닭인지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리 큰 감흥(感興)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시시한 사랑타령이나,

허무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고뇌한 방황의 흔적들을 나름의 어휘를 가지고

독특하게 그려내는 그 무언가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지닌 힘이자 무게인 듯 하다.

 


그의 글속에는 언제나 중국이 존재한다.
아픈 중국, 아파하는 민중들...
당시의 시대상황을 특유의 메타포(metaphor, 은유)로써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관통하며 그 폐부를 찔러댄다.
나는 그런 그의 사상이 좋다.
이런 이유로 그 역시 '예의바른 삐딱이' 였음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동변상련이라 그런가..!

 


루쉰은 중국 혁명의 일선에서 절망과 투쟁하며, 뜨겁게 살아간 비주류이자,

또한, 주류의 혁명가다.
그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사학자이신  ‘새는 좌우의 날개를 가지고 난다.’ 를

탈고(脫稿)하신 리영희 선생이 떠오른다.
그 역시 언제나 민중혁명의 최 일선을 도맡아온 시대의 반항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유의 핵심에는 1980년대부터 일어난 신흥 목각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루쉰은 이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피로 쓴 문장은 없으리라.  글은 어차피 먹으로 쓴다. 

 피로 쓴 것은 핏자국일 뿐이다.
 핏자국은 물론 글보다 격정적이고, 직접적이며, 분명하다.
 하지만 쉽게 변색되고 지워지기 쉽다.

 문학의 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혁명은 짙게 베어나는 피의 비린내로 존재하지만,

그 혁명의 승화는 묵의 향내로 이루어져야함을 설명한 내용이다.

 


루쉰의 메타포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길’ 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희망의 산파로써  '길' 이 존재한다.
그 길은,  희망으로 가는 길이며,  인간의 천부인권이며,  최후의 소명의식이다.
소외와 고통 속에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암담해하는 방랑자가 찾고자하는

그 길...
그 길의 핵심에는 인간이 있다.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몸부림치는 나를 포함한 많은 방랑자들을

생각하며,  2004년의 갈무리 글을 접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이 모진 세상을 헤매이는 모든 지친영혼들을 부디, 살피소서..!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길이란 무엇이던가?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길이 없는 것이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아직 갈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그를 꿈에서 깨우지 않는 것이다.”

“앞길에 무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기어이 가는 것,

 바로 절망에 대한 반항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 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魯迅)의 《고향(故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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