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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8 09:00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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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을 구원할 자를 은연 중에 기다리고 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미륵불이나 재림 그리스도, 신공자 등을 기다리고 있으며 종교를 갖고있지 않은 사람들도 하다못해 자기 인생에 백마 탄 왕자님이나 평강공주라도 만나고 싶어하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이씨 왕조가 끝난 후 정씨 왕조의 800년 역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예언되어있다.이 나라를 태평천하로 다스릴 왕이 나타나는데 그는 정씨 왕조의 대통을 이을 정진인(鄭眞人)이라고 한다. 정도령이라고도 하는 그가 나타나는 곳은 계룡산 자락의 어느 부근이라고 하며 정감록은 그 장소까지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여기 나오는 '황제'는 그의 아버지의 신념과 맞물려 자신이 새로운 역사를 이끌 정도령이라고 확신하는 자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성은 정(鄭)씨 이다. -



계룡산 자락의 백석마을의 유지급이었던 황제의 아버지는 황제가 어릴 적 부터 계시를 받고 그에 따라 자신의 아들을 그 위상에 걸맞게 키우고자 노력한다. 어릴 때 부터 그런 교육을 받은 황제는 자신의 사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오직 자신을 갈고 닦아 온전히 나라를 다스리는 것으로 정한다.



황제는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내걸고 나름대로 정사를 꾸미며 나라를 융성하게 할 때도 있었지만 그가 나이가 들수록 나라는 쇠퇴해져 결국 백성으로 우발산이라는 충신 한 명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나라라고 해봤자 그를 믿고 따르는 자들이 가장 많았을 때가 몇 백명 가량이었으니 그들끼리는 전하니 충신이니 해도 그들의 나라 '남조선'을 벗어나서 그들을 바라본다면 사교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일제시대 말기 부터 1972년도 까지로 당시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세상이 바뀌어도 오직 동양사상을 근본으로 조선시대 그대로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황제의 시각은 작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며 조소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듯 하다.(조소라고 하기엔 비판이 조금 약하긴 하지만..)



이 책은 역시 이문열의 대표작 중 하나라 할 만한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우스꽝스럽게 스쳐가듯 써놓은 글귀에도 그의 깊고도 넓은 동양사상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엿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믹물 같이 재밌는 표현이 많은 이 작품을 보며 혼자 쿡쿡대며 웃은 적이 많다. 영상물처럼 사람들과 같이 보는 것이 아니고 혼자만 보는 거라 옆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도령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정도령은 과연 올것인가? 아니면 황제처럼 왔다간 것인가? 혹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인가~? 분명 정감록이 예언한 시대가 지금 도래했는데도 정도령은 요란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혼란한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가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모두다 그를 따르게 될까? 황제처럼 자아도취에 사는 가짜 구세주 말고 진짜 구세주가 나타난다면 말이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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