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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산 에 는 꽃 이 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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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께서 꼭 읽어보라고 사다주신 책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는 지루할 것 같아서 그저 책꽂이에 꽂아놓을 뿐이었다. 우연히 밤에 잠이 안와서 책을 빼

서 첫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글이 짧게 나뉘어 져 있어서 보기에 지루하지도 않았

다. 법정스님의 글은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 주었다.

그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을 빌려 혼자 땔감을 구하고 밭

을 일구며 사는 법정스님은 청빈의 도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이시다.

가끔 스님이 안보이실 때면 졸음에 빠지지 않으려고 칼로 대나무를 깎고 있었다고 했다. 혼

자 지내니 어느 때나 낮잠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를 감시하지 않으면 어떤 수행도

되지 않는다며 홀로 사는 즐거움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세상과 타협

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말씀

이다.

스님은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고, 또 나눔으로써 자신도 더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한다. 또 자신은 눈이 쌓이면 짐승들

이 먹을 콩이나 빵 부스러기를 놓아 주고 그들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질녘에 도끼로 얼음

을 깨 물구멍을 만들어 둔다고 했다. 스님에게는 나눠 갖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또, 스

님은 자신보다 훨씬 적게 가졌지만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그런 자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

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며 소유를 제한하고 자제하는 것이 우리 정신을 보

다 풍요롭게 하고, 우리의 생활환경과 자연을 덜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또한

스님은 인간의 행복은 큰데 있지 않고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 속에 그 씨앗이 들어

있어 우리는 빈 마음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말을 이해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오직 두 길이 있는데, 하나는 지혜의 길로 자기 자신을 속속들이 지

켜보면서 삶을 거듭거듭 개선하고 심화 시켜 가는 명상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의 길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 본래의 자기의식으로 돌아가면 이미 완전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저마다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 것을 강조한다. 나는 정말 이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

를 가슴 깊이 새겨본다. 물건을 소중히 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등등..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책을 넘기다 보면 가끔 사진 또는 그림이 첨부되어 좋은 글귀도 씌여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우연히 책을 덮다가 펼쳐 보게 된 표지 뒷장에는 펜으로 쓰여진 조그만 메모가 있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또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과 적은 것이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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