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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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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느껴진다.

이 책의 첫머리이자 끝마디이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연어는 바다에 사는 기간이 훨씬 긴데 어째서 강물 냄새가 나느냐고..

그래서 이 말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동화 같은 이 이야기에 그만 폭 빠져 버렸다. 은빛 연어가 바다에서부터 먼 여정을 거쳐 태어난 고향인 초록강으로 돌아와 생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이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은빛 연어는 다른 연어들과는 달리 빛나는 은빛 비늘을 가지고 있어 적들을 피해 다녀야 할 때에도 적의 눈에 잘 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우리도 남들과는 좀 다른 독특하고 튀는 면이 있다고 해서 색안경 끼고 멀리 하는 경향이 있듯이 말이다.

그 빛나는 비늘 때문에 누나도 잃게 되지만 그런 그를 곰으로부터 지켜 주려다 상처를 입은 눈 맑은 연어를 만나게 되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초록강에서 알을 낳기 위해 연어들이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깨달음을 준다. 폭포에 이르러 그들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쉬운 길과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어려운 길 앞에서 갈등을 하게 되고, 이 때 은빛 연어는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즉,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하며 나선다. 처음엔 쉬운 길만을 주장하던 연어들은 은빛 연어의 조언에 힘입어 훗날 자신들처럼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올 자식들이 쉬운 길만 가려는 나약한 연어가 되지 않길 바라며 찬성을 했다. 최선의 노력을 한 그들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이 태어났던 그 곳에 알과 함께 묻는다. 이 알들이 깨면 다시 그들이 겪었던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되리라 생각며..

폭포라는 힘겨운 장애물 앞에 부딪쳤을 때 그들이 장애물을 돌아서 가지 않고 부딪혀 뛰어 넘었다는 것

그렇다. 노력 없이 쉽게 이루어진 일은 무너지기도 쉬운 것이다. 하지만 힘들고 어렵게 이루어진 일은 무너지지 않을 뿐 아니라 보람도 배 이상일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 때까지 쉬운 길을 더 많이 걸어온 것 같다. 그 때 나의 모습은 얼마나 나약해 보였을까? 부딪혀 볼 생각도 않고 돌아오기에만 바빴던 지난날들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난 그 은빛 연어의 용기를 가지고 비록 힘들고 어렵겠지만 뿌듯한 결과와 보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초록강이 힘겨워하는 은빛 연어에게 해 준 말 중에서.."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라는 말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만이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뭐든지 자기가 중심이 되어 일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떤 한 편의 드라마도 주인공만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주인공은 늘 인정 받고 언뜻 보기엔 대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몇 십 배 많은 조연과 엑스트라가 없었다면 주인공도 없었을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때론 배경이 되어 줄 기회를 갖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뜻있는 삶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껏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배경이 되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싶다.

'연어'라는 말 속에서 정말 냄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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