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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열 려 라 거 미 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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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말만 들어도 기분이 언짢아진다. 게다가 하고많은 벌레들 중에서 거미에 관한 책이라니! 바퀴벌레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아무튼 그런 책을 나더러 읽으라고?" "거미는 분명 벌레야. 곤충은 아니지. 바퀴벌레만큼이나 느낌이 안 좋은 이름이기는 하지.여하튼 거미는 바퀴벌레같은 곤충은 아니야.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이지만 거미는 다리가 여덟 개야." "내가 학교에 빈 가방만 들고 다닌 줄 아나? 그 정도는 나도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어." "그렇다면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는 것말고 뭘 더 알고 있는데?" "음.. 거미는 말이야, 날개가 없고...그리고 거미줄을 치고 줄에 걸린 먹이를 잡아먹고.... . 에잇, 거미는 자세히 알아서 무엇하게?" "그러면 거미 이름 아는 것 있어?" "뭐? 거미한테도 이름이? 거미면 거미지 무슨 이름이 있어?"



열려라! 거미나라!(김승태/임문순 지음, 지성사, 2000). 이 책은 거미에 관한 책이다. 날쌘 돌이라는 암컷 늑대거미가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죽을 때까지 벌어진 일들을 적은 동화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초등학교 3-4학년용"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 있다. 태어날 때부터 거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거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다고 해도, 시험보기 위해 몇 가지 특징을 암기했던 정도이리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주변에 거미줄이 눈에 뜨이면, 어쩐지 지저분해 보이고 꺼림칙하게만 느껴져 빗자루로 털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녀석이 자기 집을 지으려고 몇 시간을 수고했건 그거야 우리가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거미 전문가들이다. 한 사람은 20년 이상을 거미 하나만 연구한 분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분의 제자이다. 두 사람의 연구 경력을 합하면 35년이 된다. 외국의 어린이 책을 보면,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많다. 이야기 속에 저자들의 지식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녹아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전문가들이 만든 어린이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 수 있는 사실 몇 가지. 세상에는 거미줄을 치지 않는 거미들도 있다. 실제로는 거미들 가운데 절반은 거미줄을 치지 않는다. 그리고 거미의 피는 파란 색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거미의 종류는 무려 4만종이나 된다. 그리고 교미가 끝난 다음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는데, 사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거미들의 이름이었다. 사실 나는 거미하면, 만화 제목에 나오는 무당거미밖에 몰랐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거미들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게다가 흰눈썹깡충거미, 너구리거미, 호랑거미, 깔대거미, 새똥거미, 문닫이거미... 이렇게 재미있는 이름들이... .



거미는 "벌레"다. 하지만 거미와 마주치게 되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한번 씩하고 웃으며 인사를 보내고 자세히 관찰해보자. 재미있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재수가 좋으면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는 멋진 광경을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 저자가 들려주는 바에 따르면 적어도 우리 나라에는 위험한 독거미는 한 종류도 살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나 거미는 절대로 "호전적인"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거미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을 무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안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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