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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기적인 개념, 성녀와 마녀



- ‘성녀와 마녀’를 읽고 -





성녀와 마녀…. 둘 다 중세기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이다. 중세 기독교 윤리관에 걸맞지 않게 살아온 여자들을 처단하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개념이 마녀이고 반면 성녀는 지극히 종교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삶을 사는 ‘마더 테레사 수녀’와 같은 분들께나 주어지는 칭호다.

‘토지’를 쓴 대작가 박경리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첫인상이 그리 큰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은 제목부터 한몫했을 거라 짐작된다.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의 도입부를 읽어나가던 나는 이내 당황스러웠다. 거의 70년대 흑백영화를 장식했던 “앵란이~!”,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수준의 대사와 ‘베드(침대)’, ‘나이트(기사)’ 등 사용하는 단어가 어색하고 고색창연(?)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이 작품이 1960년 <여원>에 연재되었던 소설임을 확인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스로를 ‘마녀’와 ‘성녀’로 규정짓고 그에 걸맞은 삶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형숙과 하란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과 운명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영의 부친 안박사가 과거사를 아들에게 털어놓으며 자신을 마녀로 규정짓는 것에 충격을 받고 ‘철저히 마녀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수영을 떠나는 형숙은 결국 수영을 대신해서 총에 맞아 숨진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성인 ․ 성녀의 반열에 오를만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또한 현모양처, 성녀로 묘사되고 있는 하란은 애초부터 형숙과 수영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면서 수영의 아내가 되는 길을 택하였고 마음이 없는 빈껍데기뿐인 가정을 애써 유지하며 살아왔다. 안박사와 세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성녀로 인정받고 있는 하란이 과연 자기 자신에게나 세준, 남편인 수영 등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완전한 의미의 마녀나 성녀는 없다. 그런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기에 인간은 신이나 악마와 구분되는 것이다.

성녀나 마녀가 중세기에 만들어진 개념이지만 오늘 날, 우리 시대에 한번 대입해서 생각해 본다.

이 시대의 성녀는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고 무조건적인 소유나 집착이 아니라 서로간의 관계와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아닐까?

또 하나, 안박사와 신여사의 친구 같은 동행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안박사야말로 젊은 날의 열정과 정숙한 아내와의 원만한 가정, 노년의 편안한 친구 등을 고루 갖춘 최고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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