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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6 09:00

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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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글의 아름담고 섬세한 표현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마치 동물농장의 무질서한 삶 가운데 끈질기게 이어지는 한 생명의 고난을 체험하듯 암탉의 시각을 통해 표현된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세계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소위 '닭대가리'로 묘사되는 생각도 의지도 없을 법한 '닭'이라고 하는 저급 동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황선미 작가의 용기도 용기려니와 거침 없이 쏟아내는 언어의 마술이 책 전체를 통해 흥미와 반전, 그리고 사랑과 애증이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보다도 더 리얼하게 감동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대학 시절 교양불어 시간에 프랑스인 교수로 부터 들은 한 어린 양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작가와 제목이 생각이 안 나지만, 주제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떤 농장의 양이 우리를 박차고 나와 자유를 얻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산과 들판을 헤메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었다. 우리 속의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육체적인 고통과 위험에 처하면서도 자유를 얻기 위해 용기 있게 우리를 뛰쳐나온 이 어린 양의 이야기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읽는다던 그 프랑스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두 이야기 모두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 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외로운 투쟁의 연속이지만, 얼마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인가 잘 말해주고 있다.

(닭장과 마당으로 표현된) 편안하고 통속적인 삶과 (저수지와 들판으로 표현된) 험난하지만 자유롭고 꿈과 희망이 있는 삶 사이에 선택을 강요 당하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주인공 암탉은 당연히 주어진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찾기 위해 어떠한 유혹도 뿌리치고 차라리 위험과 고독에 맞서 싸우는 길을 선택하였다. 무의미하고 희망 없는 삶을 영위하느니 차라리 죽음마저 장엄하게 맞이하는 암탉의 의연한 태도는 숙연함 마저 느끼게 한다.

진정한 민주시민의 자격을 갖추려면 자유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는 교훈을 암탉의 삶을 통해 보여준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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