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지
2003.09.22 09:00

연인 서태후/ 펄 S. 벅 지음

조회 수 20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과 칼날의 여인" 서태후



'예흐나라'라는 아름다운 아명처럼 뛰어난 통찰력과 총명함, 반면 비견할 데 없는 악독함으로도 칭송 받았던 서태후.

그녀의 정치적, 개인적 일생을 서술한다는 것은 필히 많은 고증과 수고를 필요로 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펄벅은 그간 중국 역사에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악의 형상으로 묘사되었던 서태후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여성다운 표본으로 부활한 것이다.

한 남자를 끊임없이 사랑했으나, 역사의 물줄기와 통치 권력이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의 주인공이자, 밀려오는 외세에 강력하게 대처해야만 했던 잔혹한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던 '꽃과 칼날의 여인, 서태후'.

펄벅의 서태후는,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서태후의 인간적 형상, 즉 보편적으로 알려진 그녀의 결정들을 넘어, 그녀가 그렇게 행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들을 자금성의 풍부한 정취와 섞어 실감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 메시지는 여타의 것들처럼 그녀의 권력이나 화려한 주변 상황이 아니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상실감, 견딜 수 없는 불행한 상황들은 바로 서태후의 '영록'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적 고증보다는 소설적 관점이 더욱 부각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주제 때문일 것이다. 충실하지 못한 연인으로서의 삶, 누구보다도 강력한 권력 중심으로서의 삶, 이 두가지의 상충되는 가치는, 펄벅의 서태후에서는 결코 다른 의미의 것이 아니다. 누가 감히 한 인간이 가진 삶의 무게를 단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펄벅의 '서태후'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고개 숙인 소녀의 붉은 뺨을, 누군가를 죽음의 늪으로 밀어 넣는 비정한 눈빛을, 한 남자에게로 향한 애증과 슬픔의 눈빛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후 승리를 거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보게 된다.

권력과 불행의 연인 서태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6 공지 화성의 인류학자 -올리버 색스- 2 이재우 2008.06.10 8606
1435 공지 플라이, 대디, 플라이(060509) 최병관 2006.05.08 7642
1434 공지 40대에 다시 쓰는 내 인생 이력서 6 현영석 2002.10.21 7278
1433 공지 잭웰치 자서전, "끝없는 도전과 용기" 를 읽고 송윤호 2003.06.25 6914
1432 공지 유혹하는 글쓰기 임은정 2004.11.05 6621
1431 공지 '같기도하고 아니같기도 하고' 중 '환원주의와의 싸움' 3 고원용 2008.12.01 6564
1430 공지 002「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 김창수 2004.11.24 6508
1429 자연과학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15) 2 고원용 2015.10.03 6441
1428 공지 소설 "상도" 를 읽고....... 송윤호 2003.06.25 5814
1427 기타 연을쫒는아이 (중3입니다)★ 4 이소영 2009.08.20 5135
1426 이기적 유전자 036 한창희 2012.04.08 4997
1425 공지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 Pat McLagan 4 강신철 2003.05.01 4960
1424 문학예술 [데미안]/헤르만 헤세 이낙원 2009.04.07 4776
1423 공지 두뇌 실험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4 file 문경수 2007.02.07 4720
1422 공지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기적 유전자 2 진경환 2008.11.23 4687
1421 공지 로저 펜로스 "우주 양자 마음" 1 고원용 2008.05.10 4683
1420 공지 '생명, 최초의 30억년'을 읽고 4 엄준호 2007.09.03 4658
1419 이중나선_제임스 왓슨 김동일 2014.07.28 4648
1418 공지 이탁오 평전 - 옌리예산, 주지엔구오 저/홍승직 역 2 양경화 2007.08.06 4578
1417 공지 생명이란 무엇인가 -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5 양경화 2007.05.17 45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