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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0 09:00

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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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이 소설은 '어둠과 밝음의 생리를 파헤친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소설이다. 그러한 만큼 나에게 더 많은 감동과 느낌을 주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는 솔직히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또 일제치하 소설이야!'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치밀고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만 자꾸 들게 하였다.

이 소설은 2가지 측면에서 일제치하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 가지는 소설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모습이요, 한 가지는 초봉의 삶, 운명이었다.

먼저, 첫 번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난이라는 것... 이것은 정말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명님이의 부모가 명님이를 200원에 기생집으로 팔아버린 일... 그리고, 초봉이의 부모가 초봉이를 고태수에게 시집 보낸 일... 솔직히 초봉이의 결혼은 결혼이 아니라, 팔려간 것이었고, 초봉이는 그 결혼을 시작으로 힘겨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내내 굶고 사는 사람들.... 그러나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쌀을 훔치는 가장의 모습... 그리고 그 가장을 잡아가는 순사를 잡기 위해 순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러한 모든 것들은 가난이 아니고서야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가난이라는 것 때문에 정을 끊고, 아파하며 살아야한다는 것도 분한데, 우리가 일제치하에 있기 때문에 그 가난의 고통이 더욱 심하다는 것은 더욱 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말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그 당시는 아직 남녀평등이 실현되지 않았던 때이고, 또한 기생과 첩이라는 것이 남아있던 시대였다. 아무리 시대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사람 대하기를 사람 대하듯 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여자라는 존재는 한낱 물건에 불과하다. 자기가 필요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빼앗았다가 자기가 필요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는 모습... 가족을 위해서 초봉이가 내키지 않는 결혼을 한 것과, 제호와 형보가 둘이서 얘기하다가 초봉이의 의견이 무시된 채, 제호의 부인이었던 초봉이가 형보의 부인이 된 일...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은 그 당시 상황으로는 가능했던 것 같다. 아니, 아마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화가 난다. 남자들의 그런 행동은 물론, 초봉이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우리나라 여성은 다소곳하며, 소극적이고, 남편의 말에 순종하는 그런 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의 남녀차별이 한층 더 심각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여성들이 조그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이 책에서 초봉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초봉은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것을 보면,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시대가 아닌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초봉이를 우리나라 역사에 비추어 보려고 한다. 처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그저 초봉이가 불쌍하다고만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역사와 초봉의 인생은 정말 닮은 곳이 많았다. 작가 채만식은 이 글을 그러한 의도로 쓴 것 같았다. 비유와 상징을 통해... 초봉이는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마음 때문에 여러 남자들이 초봉이를 넘본다. 그리고 초봉이는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속고, 버려지고... 이렇게 남자들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을 망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이 초봉이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초봉이는 더욱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마지막에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는 형보를 죽이고, 자백을 하러 간다. 우리나라도 초봉이의 인생과 정말 비슷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경치와 좋은 위치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넘보고 있었고, 괜히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 때문에, 이것저것 피해를 보고, 나중에는 일제치하의 수모를 겪고... 정말 참담한 역사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그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의 통치하로 넘어가기 전 국가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 또한 어쩌면 초봉이와 똑같은지... 정말 아타까움과 분노만 남을 뿐이다.

작가는 초봉이가 감옥에서 나온 후의 이야기는 생략하였다. 이제 이 소설은 우리가 이어나가야 한다. 초봉이가 감옥에서 나온 후 멋지게 사는 모습을 소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었지만, 또 다른 국가의 간섭으로 남북이 분단되는 현실을 맞았고, 요즘은 경제가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제 이러한 것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마음가짐, 태도에 따라 충분히 나라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멋진 우리나라를 완성하기 위해, 멋진 초봉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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