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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by 송봉찬 posted Sep 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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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천상병



시1--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시2--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