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어느때 쯤인가.. 책을 구입한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수필형식의 글들을 읽은 지 오랫만이라 신선하고 읽는내내 즐거운 기억이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명사들의 글이 대부분이라 -사실 나는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좀 선입견이 들려고도 했는데 아부튼 모르는 이름들보다는 아름답고 뛰어난 필력, 삶을 통찰하는 관대하고도 정확한 시선들에 탄복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나도 늙으면, 나도 언젠가는 이자리를 잘 견딘다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주 오랜동안 책에 빠져지낸 것 같은데, 내 앞에 새로이 날마다 새로이 열어주시는 길이 즐거울 따름이다. 인상적인 구절들을 다 옮기기는 불가능하고 전우익선생의 '착함을 지키기 위한 독함'...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말씀같아 가슴속 좋은 자리에 고이 넣어두었다. 결국 나를 위하기도 하고 또 타인을 위하기도 한 일이므로.어느 분인가.. 동물키우는, 아니 동물과 동거하는 이야기 대목에서는 시종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진정한 이웃은 그렇게 감께 있음이, 그렇게 서로의 다름이 서로를 웃게해주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이웃들은 다름으로 인한 고통을 얼마나 주고 또 받고 있는가.. 택의 끝부분 거의 다 가서 읽은 흙에 대한 피력은 참 반갑고도 놀라운 공감이었다. 흙을 다루어보지 않으신 분일텐데 그저 주물럭거리며 끙끙앓던 속을 시원히 긁어주는 듯 했다. 불을 통과하는 일의 가치있음...을 읽을 때엔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처지에 맞는 성경말씀을 대한 듯한 감동이었다. 오늘 비는 시간이 많아 다 읽을 듯 한 조짐을 미리 채고 어느 반 말잘듣는 아이들에게 흙의 부분을 읽어주었다. 모두가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받은바 감동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농부처럼 뿌릴 뿐이다. 그것이 내 본분임을 확인시켜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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