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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

by 강신철 posted Apr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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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빵집의 직원인 야곱은 새벽에 기도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빵집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간다.

야곱은 자신의 생각을 종이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야곱이 쓴

글이 적혀있는 종이쪽지가 빵 속에 들어가 어떤 손님의 눈에 띄게 되었는데, 이

글에 감동한 손님이 야곱을 찾아와 지혜가 담긴 그 쪽지의 주인공을 만나 대화

를 나누고 싶어하고 다른 빵에도 그런 글이 적힌 종이를 넣을 것을 제안한다.

야곱의 독자는 점점 늘어나고 야곱을 찾아와 여러 가지 고민과 궁금증을 털어놓

으며 현자인 야곱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 야곱은 이들

과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인생의 진리와 삶의 지혜를 설파해 나간다. 어찌 들으

면 말장난 같이 들리기도 하는 야곱의 말 속에는 역설적이면서도 우리가 고정관

념에 사로잡혀 미처 깨닫지 못한 지혜가 숨어 있다.



물질적인 부와 명예, 권력,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인생의 참 행복을 잊고 살아가

는 현대인에게 야곱은 신의 소리, 자연의 소리, 우리 내면의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자연의 포근함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

은,그래서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나만의 조용한 쉼터에 둥지를 틀고 싶은, 그런

이기적인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야곱이 결혼도 않고 혼자 살듯이 그런 성자와

같은 사고와 삶의 태도를 견지하려면 딸린 식구가 없이 모든 의무에서 자유로와

야 한다.



나는 이미 그런 의무를 저버리기를 포기한 지 오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스스

로 더 많은 의무를 짊어지고 그 의무를 해냄으로써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희열

을 즐기며 살아간다. 비록 내 삶의 방식이 야곱의 눈으로 볼 때는 속되고 부질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내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이 많은 일들이, 그리고 나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내 식구들

과 나의 수많은 제자들에게 내 능력껏 스스로 지운 의무를 행하는 나의 생활이

어느 한 순간도 후회스럽거나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나는 야곱보다도 더 다양한 인생을 즐기며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다

고 자부한다. 야곱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자기의 처로부터 느낄 수 있는사랑

이 무엇인지 알리가 없고 귀여운 자식으로부터 얻는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 어

떤 것인지 감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난 우리 가족들과 일상의 삶 속에서, 또 어

떤 때는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며 일체감에 사로잡힐 때는 예수 석가와 같은

성자도 안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또 내 제자가 나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이 원하

는 길로 삶의 방향을 잡고, 그 성취감으로 행복해 하며 내게 그 영광을 돌릴 때

의 그 짜릿한 희열을 이들 성자들은 맛보지 못 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의 진원지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내

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인생의 진미를 맛볼 수 있고 또 간접적으로나마 그 행

복에 젖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