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다

by 전광준 posted Mar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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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겠다!!!!!!


  혹시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지금부터 말하는 바는 백북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현재 내 입장이 곤란해졌다. 나는 과거 사교육으로 먹고 살다 늦은 나이에 지금은 영화와 영상관련 일을 끄적거리는 <듣보잡>이다. 그것도 주눅든 듣보잡이라기 보단 꽤 뻔뻔하고 목소리 큰 듣보잡이다. 그래서 듣보잡이 듣보잡인가...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워낙에 시동이 늦게 걸리는 타입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일이 걸렸다. 조금만 서두르면 과부하다. 이건 백북스에서 빈번하게 이야기하는 <뇌>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 진화론적으로 해석하면 벌써 생태계에서 도태되었을 생명체가 나인거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변명이다. 


  3월에야 시동이 걸렸나 싶었다. 환희와 자신감에 차있던 찰나에....but,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쇼핑몰 문제가 3월 들어서자 만개했다.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려 제품이 늦게 수급된 것은 둘째치고, 통관규정이 까다로와져 고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게다가 2월에 광고 시스템도 바뀌어 고전하고 있다. 쇼핑몰 운영 중 최악의 3대 고충(불만처리, 배송지연, 광고)이 3월 들어 한꺼번에 겹친 것이다. 


  그것 뿐인가. 나는 프로젝트 추진건 관련해서 3월부터 영상기획사에 출근해야 했다. 주말마다 행사 촬영이 있고, 평일에는 편집일을 해야했다. 급기야 몇 주 전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오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기절할 뻔 해서 함께 타고 있던 동료들과 사이좋게 황천으로 갈 뻔 했다. 


  현재 매월 결과물을 쏟아내야하는 관련 프로젝트는 과로로 잠시 쉼으로 인해 미뤄지다가 드디어 이번 주 들어 테스트 촬영을 진행 중이다. 열심히 테스트 촬영을 끝내고, 본 촬영에 들어가야는데, 오 마이 갓, 이틀 전에 해병대간 조카가 휴가 나왔다. 애기때부터 워낙 이쁜 짓을 많이 했던 눔인지라 난 얘를 위해 시간을 내고 싶었다. 해병대 이병이 겪은 고생을 듣자하니, 마음이 아팠다. 워낙에 예민한 면이 있어 운전하다 눈물마저 났다. 그러나 내가 함께 해서 자살충동의 고비까지 넘긴 얘한테 위로가 되었다면 얼마나 큰 보람인가. 난 기꺼이 모든 스케줄을 미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음을 다 잡는 순간! 이번에는 어머니다. 능력되는 형님과 누이께서 황토흙침대를 장만해주셨다. 집에 놓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가구와 문갑 속을 정리하시고, 치우시느라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자식된 도리로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그간 꽤 알차게 가재도구가 배치되었던 방에 킹사이즈 황토침대가 밀고 들어오니, 본방과 건너방 2개를 동시에 치워야 들어올 수 있어뵌다. 소파도 TV도 버리고, 내 유년시절 어린이 책장도 정리해 버려야 한다. 이건 뭐...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내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보편적으로 최악의 표현인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난 이런 저런 일로 엮여있는 느낌이고 내 일상의 공간에 혼자 동 떨어져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걸 과거에는 도끼병, 요즘에는 중2병이라고 한다지... 나를 도와주는 길은 대신할 사람을 알아봐주거나 대신 해주어야하는데, 다들 자기일이 있으니 대신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오늘 오전, 드디어 나는 비명을 질렀다. 물론 혼자 있었다. 오늘도 사무실에 일찍 못나가겠다고 전화하는 순간, 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이건 너무 고의적인 변명이잖아.. 해병대 조카 나왔다고 출근 늦게하고... 짐 치워야한다고 출근 늦게하니.. 아아.. 이 부채감...예민한 성격에 또 기절할까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일에서 초월해 인터넷을 켜놓고 있다. 방법을 알고 있으니, 예민한 것만도 아닌데..쩝.


어찌됐건 변명으로 시작해 변명으로 글을 맺는다면 나는 쓰레기다.


  길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경경게시판에 들어가 마인드맵이 도움이 될라나..손가락을 떨면서 클릭. 앗, 창디 여행이랑 겹치지. 일겹침 증후군.... ㅜㅠ 아님 에세이 게시판에 변정구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뇌과학이 시뿐만 아니라 이런 내 상태에도 도움이 될라나 살짝 미친 척 말씀을 확장시켜본다... 근데, 책을 읽어야하니, 전혀 다른 미션을 짐 지우는 일일터.


  그나마 창디 게시판에 번개 신청해놓고 도피처를 마련해놔 다행이리라. 연주회 동안에는 잠시 기억상실, 기억상실, 기억상실.... 자기암시하며 음악에 피난해보리라. 임시도피가 정신건강에 좋은 건 영화를 통해 내 몸소 검증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