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칼럼
2009.12.31 06:42

[펌글] 김억중교수님 칼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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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일기 중


홰밀리 승마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 운명의 순간이었다면, 그 인연을 질기게 만든 것은 말들에 대한 연민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몸은 그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줍니다. 어떠한 화장발에도 불구하고... 승마장의 말들은 때깔나는 몸이 아니었으며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그네들 중 아주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반달'이라는 촌스럽지 않은 이름을 지닌 녀석의 경우, 눈에는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사연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훗날 제가 그 녀석을 집으로 데려가 직접 기르게 된 인연도 바로 그 눈물때문이었습니다.


 


단언컨대 이 땅의 말들은 대개가 그네들처럼 슬픈 과거를 지닌 녀석들일 겁니다. 말을 쓰다듬기보다는 하인처럼 마구 부리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승마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그런지 저는 승마라는 말 자체에 깊은 혐오감을 갖고 있습니다. 승마라는 뜻에는 <사람/지배자/목적-말/피지배자/수단>의 대립관념이 은연 중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며, 사람과 말 사이에 동격의 존엄성과 공생의 묘미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말이 함께 호흡한다는 마인드라면, <말을 탄다>라는 개념 속에는 <말의 건강>도 포괄할 수 있게 됩니다. 말도 사람처럼 허구헌날 먹고 놀기만 하면 건강할 수 없듯이, 그도 적당한 운동을 해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터이니 말입니다. 말이 피곤한데도 지 기분 낸다고 디립다 내쳐댄다면 좋을리 없습니다. 말을 타되 말의 상태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배려의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지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아주 폭 넓은 의미의 휴머니즘이라 한다면, 인간이 동종의 동물로서 말에 대한 배려를 저는 <슈발리즘/cheval!isme>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그렇다고 딱히 승마라는 말을 대신할만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렇게 써내려가다 보니, 뭔가를 따져쌌고 가르쳐야겠다는 특유의 선생기질이 자꾸 나오게 되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용서하십시요. 어쨌거나, 말과의 질긴 인연은 그네들의 슬픈 몸과 관련이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첫날, 주인께서는 금순이를 데리고 내려와 첫 시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순하다고 했지만 아주 가까이 서자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말높이도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딴판인데다 미동에도 반응하는 근육의 움직임은 결코 정적인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름다운 <신체에 대한 미학적 감흥>은 두고 보았을 때의 얘기일 뿐, 여기서는 오직 <신체에 대한 심리적 공포>뿐이었습니다. <보는 것>과 <하는 것>과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엉겹결에 말에 오른 것은 가족들이 지켜 보고 있 다는 데 큰 원인이 있었을 듯합니다. 쪽팔림이 두려움을 가까스로 몰아내어 이뤄낸 쾌거라고나 할까...


 


당시 제 몸무게는 82 킬로. 작은 키에 터질 듯한 몸. 길을 걷다보면 내 몸을 끌고 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스모판에 뚱씨들이 넙적 다리를 번쩍 번쩍 들때마다 존경스럽게 쳐다보던 시절이었지요. <식후무상>의 경지에 이르도록 맛있게 먹던 시절 !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평소 때보다 과식을 하였다 하니, 제겐 뭔가 식욕을 재촉하는 <카리스마>마져 있었던 듯...


 


몸은 더 이상 팽창의 여지가 없었던 지 급기야 넙적다리 안 쪽 마져 살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 덕에 말에 오르려면 반드시 주인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고 슬펐습니다. 식탐에서 비롯된 인과응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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