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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자아, 또는 수



김대식 교수님의 강의 ‘수학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듣고, 수가 은유라는 또는 은유로 생겼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단 것에 의문이 꽂혀 있었다.


수학이 문법이라기보다는 은유라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물리학은 퀄리에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수학이 은유라면 좀 아리송하지 않은가?


그런데 데니스 노블의 “생명의 음악”의 끝에서 직전의 소제목이 ‘은유로서의 자아‘를 보고서 약간의 실마리를 발견한듯해서 이글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편지체는 인용부분이고,  인용부분 중간의 보통체는 내용을 축약하며  약간 변형된 부분입니다.



은유로서의 자아


나는 이 책에서 은유와 그에 따른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유는 매우 중요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과학계의 일부 동료들이 입을 모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


“당신은 문자나 과학적 언어로 원하는 것을 모두 말할 수 없나요?”


“네. 못합니다.”


조금더 긴 대답을 원한다면,


“네. 못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못합니다.”


은유는 우리가 인식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깊숙이 우리 언어와 사고 과정에 자리 잡고 있다. 은유 없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거의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은 과학적인 언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오늘 온도가 높다’처럼 과학적인 내용도 높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생물학적 표현에서 많은 것에 높고 낮음, 혹은 크고, 작음으로 표현한다. top bottom도 은유적인 표현이다.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그 반대로 은유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되도록 숫자를 사용한다. 아니면 고급스러운 그리스 문자나 아주 낮선 문자로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도 사실은 은폐된 은유다. 왜냐하면 자연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연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 실제로 자연에게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코스를 변경한다. 분자생물학의 센트랄 도그마도 과학자들의 희망일 뿐 자연은 이런 원칙에 따르지 않고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RNA차원에서 편집이 들어간다. 언어에서 ‘높은’ ‘낮은’ ‘안‘ ’밖‘ ’위’‘아래‘ 같은 말들은 종종 은유적인 방법으로 쓰인다. 이런 단어 없이는 말을 할 수 없다. 이런 언어는 마치 숨겨진 화석처럼 언어 속에 오랫동안 죽은 듯이 묻혀 있었기 때문에 은유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이다.  자아 역시 숨겨진 은유다. 자아가 왜 은유인지는 이 책 전체의 내용과 관련되어 있어서 인용하기 곤란하다. 자아가 은유라면 수 역시 은유라는 결론이 나올 듯하다. 우리 안에서 자아라고 하는 의식의 뿌리가 형성되는 과정과 우리가 수를 인정하는 과정이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소제목은 ‘음악가는 사라진다’이다.


여기서 음악가는 자아라고 볼 수도 있고, 이 책의 저자로서의 데니스 노블자신을 지칭하기도 하는이중적 의미를 사용한다. 이 분은 정말 재기발랄한 과학자다.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여,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랴. 또한 비슷한 말을 한 서양철학자를 원한다면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의 길“을 인용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한다.

자아를 프로세스로 묘사하는 것조차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은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와 그림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영혼이 조화로 이루졌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그가 그림을 다른 예술보다 더 높이 평가한 이유는 그림은 ‘조화’를 묘사할 수 있어서 단지‘보기’만 하면 해도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반면, 시나 음악은 순서대로 ‘들어야’ 하는 단계적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그림보다는 다른 것을 최고의 예술로 친다.


그것은 요리다.


이것은 사실 ‘진정한’종합예술이다. 요리를 먹는 분위기에서부터 같이 먹는 상대방들, 탁자, 테이블 세팅, 그리고 조명, 요리를 보는 것 냄새, 음악, 질감,


요리를 입안에 넣는 순간 요리는 완성되고, 미각과 후각과 청각과 촉각과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놀람교향곡을 연주한다.




"왜 오늘 요리는 내입맛에 이렇게 애매한 것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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