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회 후기

by 육형빈 posted Apr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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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강연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두근거림'이나 '지적 긴장'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느껴보고 싶다.
소개팅에서 한눈에 마음에 드는 처자를 만나면 느낄 수 있을까.
예전에는 흥미로운 수학 문제를 보면 그랬습니다.
지금은 외부 자극에 무뎌져서 뭐를 보든 쉽게 두근거리지 않고 무감각한 채로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두근거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직장에서 잘못한 일을 윗사람에게 들키기 직전에 가슴이 쿵쾅쿵광합니다.
쿵쾅쿵쾅과 두근거림은 물리적으로 유사할 뿐 전혀 달라 보입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환경이 다가오면 일단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취사선택을 합니다.
트위터는 가입해서 타인의 글을 가끔 보는 정도이고, 개인 정보가 나도 모르게 샌다는 페이스북은 외면합니다. 지나친 강박증일지도 모릅니다. 카톡도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탈퇴했습니다.
어찌보면 취사선택이 아니라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문화와 멀어지는 게 아닐까. 이런 식이면 두근거림이나 지적 긴장은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작은 호의, 무의식적 호의에대한 예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다보면 무슨 말이든 안 할 수 없습니다. 별 뜻 없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타인의 삶에 희망을 주기도 하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바로 코 앞의 문제입니다.
(크리스쳔이라면 마12:36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빙상'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빙'그레 웃고 속으로는 '상'욕을 한다.
복잡한 사회 생활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이런 현상이 뒷담화의 문화로 이어진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의 면전에서 쌓였던 억감정을 토사물처럼 토해내고 싶지만, 그러면 직장에서 - 냉혹한 표현이지만 - 매장됩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억화심정을 누르고 대신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뒤에서 욕을 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습관이 대화문화가 돼서 '함께 뒷담화할 수 있는 소제'를 찾아 대화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딱히 쉬운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하겠습니다. 쓰라리지만 나를 깊이 돌아보고 이를 표현하는 대화의 습관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고 모두가 존엄한 존재이다.
감당하기 힘든 말입니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어떤 식으로든 상대합니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인데 모두를 그렇게 대하기가 힘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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