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차 발표 후기 - 못다한 이야기

by 임석희 posted Feb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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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이지만,

단 한번도 러시아는 나에게 1순위인적은 없었다.

나는 전공 때문에 그곳으로 떠났지, 러시아를 보고 떠난 게 아니였던 것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내 옆의 존재로만 남겨둔 item, 러시아.

230차 강연 준비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선물을 받았다.  

로켓엔진이 나에게 지식을 주고 열정을 이어가게 해 주었다면,

러시아는 나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던 것.


열악한 환경과 극도로 답답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는지,

도저히 아침이 올 것 같지 않은 긴 겨울밤,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끝없는 눈발 속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연앞에 내던져진 좌절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현명하게 절망할 수 있는지, 

끝이 정해진 시간 앞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번도 접한 적 없었던 상당한 문화예술의 충격을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지, 

모든 것이 끔찍한, 탈출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생존해야 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부족한 물자 앞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수는 없는지,

또, 내가 살아가며 진정 감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이런 질문에 답을 해 주진 않았지만,

러시아라는 환경은 나로하여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만들어 주었나보다. 


사랑이었다. 그리고 진심 어린 공감과 이해와 애정이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이 내민 사랑에 어느새 러시아를 사랑하게 된 나를 발견한다.

부족한 그들, 그리고 나 또한 역시 무언가 부족한 인간이지 않은가! 


이런 깨닳음은 흩어져 있던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즐거움 못지않은,

새로운 인간으로서의 태어나는 나의 재발견이고, 모스크바 생활이 준 선물이다.

이제야 비로서 러시아가 나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늦었지만 끝까지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먼 길을, 눈 길을 달려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새로 오신 분들께도 감사.

무엇보다도 강연자와 청중들의 싱크로율 100% 였던 강연에도 감사.

끝으로, 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주신 백북스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즐거운 강연이었어요~

모두다 행복한 시간이셨기를… 


아, 그리고, 24시간 전만해도 하늘이 노랬는데!
다행히 능력있는 박성일 원장님과 이정원총무 덕에 방송펑크 날 뻔 했던 일은,
방송사고정도로 마무리 되었네요. 그것도 대박으로~ ^^*
원장님, 정원총무, 고맙습니다, 꾸벅~

그리고, 일찍 가신 분들을 위한 선물 올려요. 
즐감하세요~ ^^

<전설의 발레리나 , 니나 아나냐쉬빌리의 '백조의 호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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