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기념 파티~^^ 후기~ 그리고

by 한정규 posted Oct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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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줍지 않게 회원으로서 개인적인 발표를 한 한정규 입니다. 사실 회원들께서 많이 발표하실 줄 알았는데, 별로 없어서 좀 뻘쭘(^^;;)했습니다.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헛소리한 건가요?^^::
그리고 온라인으로만 뵈었던 분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백북스의 발전에 대한 논쟁이 전쟁터처럼 벌어지는 현장... 흥미로웠습니다. 다들 애정이 있으시기에 그렇지 않나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후기랍시고, 끄적이는 이유는 지난 3월에 있었던 human connectome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를 적었던 것이 있었는데, 공유할까하고 올립니다. 물론 여기에 올리는 즉시, 완전 노출이기는 하지만요... 이미 이 컨퍼런스에 대한 내용은 백북스에 올라와 있구요, 아래 후기는 어떻게 보면 체험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뒷북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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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열린 The Human Connectome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부제로는 Views from MRI and microscopy였는데, 인간 브레인을 연구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 혹은 대가들이 참석한 유일무이한 자리였다. 뉴로이미징의 대가인 Karl Friston을 비롯하여, MIT, Harvard, Max-Planck Institute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PET을 개발한 조장희 박사도 참석을 했다. 28일 오프닝 세션으로 시작하여, 이틀간 9시부터 6시까지 11개의 강연이 펼쳐졌으며, 총 27개의 강연이 오로지 브레인을 제대로 파헤져보자는 주제로 열렸다.


Connectome이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도 쓰지만, 이번에는 특히 connectivity라는 개념을 신경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따라서, structural and functional connectivity가 화두였다. 구조적 연결성을 보는 분야는 주로 Diffusion Tensor Imaging(DTI;or Diffusion Weight Imaging), Microscopy, Parcellation을 통해 실제 뇌의 연결을 보는 데에 주안을 두었다. 기능적 연결성을 보는 분야는 신경병리학적 원인과 예후를 보는 방법들을 영상 장비인 fMRI를 이용, 뇌기능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정리하자면, 뇌신경네트워크라는 전제하에 물리적, 수학적 가정과 수식을 세우고, 그것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을 한 다음, 좋은 컴퓨터와 생물학적 장비를 통해 구조를 들여다 본 후, 신경증에 대해 분석 및 연구를 하는 것이 이 connectome의 목표인 것이다.


학부 때, 생물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복잡한 수식과 장비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미리 자료집을 읽어보고 물어봄으로서 약간의 갈증을 풀었다. 반대로 microscopy와 같이 neuron의 axon을 일일이 염색하여 구조를 살펴보는, 상대적으로 나와 친숙한 분야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에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Banquet. 처음에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리고 처음엔 정말로 흥분되는 일이 될 줄 몰랐다. 뱅킷은 모든 컨퍼런스가 끝나고, 연사와 참석자 간에 간단한 식사를 하는 자리인데, 특별하게도 연사들이 한 테이블에 배치되어있고, 그 주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앉는 식이었다. 물론, 무슨 인기투표도 아니고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는 microscopy를 활용하여, axon의 구조적 연결을 발견한 Jeff Lichtman 교수의 테이블에 앉았다. Lichtman교수는 하버드 생물학과(Dept. of MCB;Molecular, Cellular Biology) 소속으로 이번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연사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신경생물학 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긋한 인상을 풍겨 다가가기가 쉬울 것 같았다.


Lichtman교수와의 대화는 나의 격앙된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우선 자기 소개를 했다. 이름, 소속. 연구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 테이블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천안함 침몰 사고, 왜 서울 교통은 이리 막히냐, 왜 자동차 색은 검정,회색, 흰색 뿐일까 등등. 천안함 침몰사고에서 우리더러 원인이 뭐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농담삼아 관계자들의 뇌를 스캔해서 알아보자고 했다. 또, 자동차 색 얘기를 할 때(자동차 색깔 흰색하고 회색이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우리 뇌가 회색질과 백색질로 이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닐런지하고 농담을 던졌는데, 의외로 이거 잘 먹혔었다. witted하다고 했으니까. 음악에 대해서도 약간 이야기를 했다. 나는 팝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교수는 소규모 재즈 같은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피아노를 잘 친다고 했다. 친구랑 있을 때에는 집에서 콘서트도 연다고 했다. 다만, 그 친구가 나이 30에 죽는 바람에 그 뒤로는 음악회를 안 연다고 했다. 우리에게 미국에 방문한 적이 있냐고도 물어봤다. 나는 UCLA에서 교환학생을 한 이야기를 했다.


Lichtman 교수는 의사이기도 하다. 학부에서 생물학과 영어를 공부하고 워싱턴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은 밟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는 의대에서의 공부보다 실험하고 파고드는 일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해부하고 수술하는 것에 질렸다고 했다. 그래서 생물학과에서 실험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대학원 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가장 좋은 선생님, 멘토는 학생이 시도하게 냅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긴장을 주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는 아이디어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래프나 데이타 등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여주어야 선생님도 관심이 생기고, 학생에 대한 지도를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나의 경우에는 신경외과 의사인 분과 공학자인 분 두분의 교수님이 한 연구실에 있다. 나의 꿈을 펼치기에 괜찮은가.


-어려울 수 있다. 수술하는 외과의사들의 생활패턴을 내가 잘 알기에 확실하다. 그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많은 다른 일로 바쁘다. 그런 생활적인 면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사이언스에 대한 점은 배우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공학자인 교수가 멘토가 될 수 있다. 정 안되면 랩을 바꾸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는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 관심 분야가 다양하지만, 좁고 깊게 파는 게 나쁘진 않다고. 결국에 자기가 관심있는 것으로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며, 그게 평생의 과업일 것이다.


약간 괜찮은 분위기라고 생각했을 때, 교수의 연구 결과에 대해 질문을 했다.


-교수가 근육 axon에 염색한 색은 달랑 3개이다. 혹, 다른 axon을 염색하면서 잘못된 색깔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가.


-근육 axon의 수가 적고, 조합이 다양하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솔직히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강연을 들어서 궁금했던 것이어서 질문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Lichtman교수는 몇개의 과목을 가르친다고 했다. 먼저, 학부생들을 상대로 신경생물학 입문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런데 교실에 학생이 무려 300명이라고 한다. 내가 그들을 다루기에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교수는 당연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microscopy를 가르친다고 했다. 또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법에 대해서도 가르친다고 했다. 내가 놀라는 반응을 하자, 교수가 약간의 팁을 주었다. 예를 들면, 슬라이드를 넘기고 나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라는 것이었다. 발표자는 말을 바로 해도 내용을 이해한 상태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슬라이드가 넘어간 시점에서 그 슬라이드를 읽고 보고 있기 때문에 발표자의 말을 안 듣게 되고, 그것이 계속 중복이 되면, 듣는 사람은 흐름을 놓쳐 발표자와 내용이해에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저널 클럽 발표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하소연도 살짝했다. 한편, 내가 무슨 과목을 듣는 지도 물어봤다. 신경과학의 원리라는 수업을 듣는데, 에릭 칸델이 지은 책으로 공부한다고 했다. 참고로 에릭 칸델은 하버드 출신 콜럼비아 대학 교수이다. 물론 노벨상 수상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유명하다. 교수는 그 책은 굉장히 어렵고 두꺼운 책이라고 했고, 자기는 Bear책을 갖고 수업을 한다고 했다. 또, 통계학 과목을 듣는다고 하자, 아주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뇌영상학에 대한 소개 과목이라고 했는데, PET 같은 것에 대한 개관이라고 설명을 하자, microscopy에 대한 것은 없냐고 물어봤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연구자들 중에 없는 것 같아 그런 과목을 듣지는 않는다고 했다. 좀 아쉬운 눈치였는데, 나중에 그런 과목이 있으면 듣겠다고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28일부터 30일까지 단 3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식한 나에게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생기고, 강한 인상이 뇌리 속에 깊이 박혔다. 특히, 마지막날에 교수와 함께 보냈던 2시간은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마치고 인사할 때, Lichtman교수는 내게 보스턴으로 와서 한 번 방문하면 맞이 해주겠다고 했다. 난 정말이냐고 반문했고, 악수를 한 후에 인사까지 했다.


엄청난 행운이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고,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조언을 깊이 새겨 들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하버드 교수랑 친구처럼 대화할 날이 있을까


<<아쉬운 점들...>>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영어를 능숙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발음은 별 상관없다. 적재적소에 쓸 단어와 추임새 표현이 중요할 듯하다.


-연사자에 대한 정보가 숙지되어야 한다. 일단 관심 있어서 찾아간 것인데, 잘 모른다면...?


-정중한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로 말을 하게 되기 때문에, 목소리 톤도 격앙되며 스스로 혼란스럽게 된다. 의도적으로 태도를 만들려고 하는게 필요할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닿게 되면, 열심히 뱅킷마저 준비할란다...


Ref.1)  Bio-sketch of Jeff Lichtman


Jeff Lichtman has an AB from Bowdoin (1973), and an M.D. and Ph.D from Washington University (1980) where he worked for 30 years and was most recently a Professor of Neurobiology. In 2004 he moved to Havard where he is a member of the newly established Center for Brain Science. Lichtman's research interests revolve around the question of how mammalian brains accommodate information based on their early experiences. He has focused on the dramatic rewiring of neural connections that takes place in early postnatal development. This work has required development of techniques to visualize the patterns of connections in the nervous system and how they are altered ove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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