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한테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20년이나 지난 책을 갖고 발표해 달라는 메일을 받고 너무 기뻤습니다."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홍욱희 박사님의 발표가 시작됐다.
마이크로코스모스의 역자인 홍욱희 박사는 1982년에 미시간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당시만 해도 유학여건이 좋지 않아 학위기간을 장담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다행히 3년 만에 공부를 마치고 1년간 포스닥 과정에 진학한다. 학위를 마친 안도감에 미처 보지 못한 미시간 대학의 이모저모가 궁금해 졌다. "미시간 대학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미시건 대학에서는 1년에 한두차례 노벨상 수준급의 과학자들을 초청해 대중을 상대로 과학강연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스티븐 제이굴드의 진화론 강연 포스터를 보게됐죠."
그는 강연 당일 강당에 도착해 두 가지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우선 강당을 가득메운 인파를 보고 놀랬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인파속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 "강연장엔 미시간 대학 사람들 뿐 아니라 인근에 있는 타 대학 교수들까지 청중속에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것이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 이구나!" 문화적 충격을 받고 난 후 그 느낌을 고국에 전해주고픈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에 좋은 과학책을 선물하는 것. 서가를 돌며 최신 과학책을 찾던 중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책이 린 마굴리스의 '마이크로코스모스' 였다. 1년간의 번역 작업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를 찾았지만 녹녹치 않았다. 20년 전인 당시에 과학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흔치 않았을 터.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출판이 간절했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신문 귀퉁이에 나온 범양사 출판부의 기사. 범양사 출판부 이성범 회장의 도움으로 책은 출판됐고, 그 해 과학도서(번역부분)분야 과기부장관상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여럿 독자들을 만난다. " 이 책을 읽고 생물학을 선택했습니다"는 말을 아직도 간간히 듣는다. 역자에게 그보다 더한 칭송이 있을까. 책에 있어서 그는 축복받은 저자라고 스스로 말한다.
일반적인 진화의 정의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하지만 경우(종)에 따라 어느 기간까지는 변함없이 가다가 갑자기 나눠지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게 바로 거장 스티븐 제이굴드의 단속평형적 진화 이론이다(스티븐 제이굴드는 2003년 타계 함).
낯설지 않은 도표입니다. 송윤호 회원이 발표한 '조상이야기'나 박문호 박사님이 발표하는 슬라이드에서 많이 본 진화의 시계입니다.
"원핵생물(박테리아)이 점령하고 있던 시기가 지구전체 역사의 1/3 수준이다. 대기 중에 산소가 만들어 지면서 진핵생물이 출현했다. 박테리아의 크기는 인간세포 보다 몇 천배 작고, 세포 안에 핵이 없다. DNA가 느슨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등생물은 핵이 세포의 한 가운데 위치하며 DNA가 염색체의 형태로 꽈리를 틀고 있다. 지구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마굴리스가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진화론을 설명할 때 원생동물 단계부터 시작했다. 그 이전 단계를 제대로 설명해 풀어낸 사람이 린 마굴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