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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독서클럽 첫 출정이다!

김억중 교수님의 저서 :'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 를 주제로 약 한 시간 반동안 진행된 저자 강연.

공간에 대하여, 건축에 대하여, 그 안의 삶에 대한 교수님의 진중한 말씀을 들으며

나는 문득 나의 집에 대해 생각한다.


두 달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온 이후 나는 바깥 날씨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이상한 구조에 알 수 없는 몸의 변화를 체험하곤 한다. 커튼이 드리워진 내 방을 나가 현관문을 나서면, 생각지도 못했던 날씨 탓에 놀라곤 했고 달갑지 않은 감기도 철썩 몸에 붙더니 떨어지지 않는다.

어제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라온 집은 창문을 열면 바로 앞마당이 있었고

바람 부는 날이면 빨랫줄에 흔들리는 옷들이 보였다.

비가 오면 빗방울이 튀기며 내는 리듬이 들렸고

흙이 풍기는 계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런 집에서 스무해가 넘게 살다 보니 내 몸은 자연스레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고,

자연의 변화가 필요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가족들이 떠난 큰 집에서 여자 혼자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나는 짐을 챙겨 좁은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이게 영 나에게 맞지 않는거다.

 

교수님의 말씀 중에 '건축은 우리를 속박할 수도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 라는 말씀이

가슴에 꽂히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아파트로 이사온 이후 가끔은 내 몸이 큰 빌딩속에 철제가구로 전락해 버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내가 사는 좁고 높은 아파트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 어서 날씨가 풀려 맘껏 창문을 열어두길 기대하는 수밖에.


또 하나 더. 되돌아보니,

건축물에 대한 사색은 빠리의 뽕삐두 센터에서가 처음이었다.

건물이라고 보기엔 기이한 형태를 띤 그 곳은 미술이 대중과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대중과의 접근성, 투명한 벽을 통해 내부를 온전히 드러내는 대담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미완성된 장난감 같은 박물관.

건물에 대한 사전정보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한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곳에서 내가 만난 아이들은 자유롭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어느 곳이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고, 그림 그리고, 놀고 있었다.

'건축물에도 철학이 있구나!'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어사재'를 보면서 그 때의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짓는 사람의, 쓰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건축물은 어느새 또 하나 자연의 일부라고.

삶을 짓는 건축가. 김억중 교수님과의 만남은 이 시대 또 하나의 진정성을 마주한 의미있는 자리였다.  

 

참, 첫 자리임에도 웃으며 맞이해준 회원님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열린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다음번' 현대 음악사'도 기대됩니다.

그리고 보미씨~ 여러모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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