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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듣는 교수님 중 한 분이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성리학에 관심이 없어도 뭔가 배울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뭐였는지 (가장 중요한 것을-_-) 기억이.. 뭔가 의견을 나누고 논하는 태도 같은 것을 배우라고 하신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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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즘에야 편지란 시대에 한참 뒤처진 고루한 매체가 되었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편지는 글로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물며 조선시대엔 어땠을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없는 경우에는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또 허공에 흩어지는 말과 달리 글로 씌어진 편지는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좋은 방법이었기에 편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관했다.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문집에서 시와 함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편지였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소나무)는 조선시대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한 책이다. 1558년 조선 명종 13년, 32세의 젊은 고봉은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당시의 대학자이자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58세의 퇴계를 찾아가 자신의 철학적 소신들을 거침없이 밝히면서 퇴계의 성리학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고봉의 당돌한 도전에 퇴계는 기꺼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과거에 급제하고 돌아가는 고봉에게 먼저 편지를 띄웠다. 이후 두 사람은 26년이라는 나이 차, 경상도 안동과 전라도 광주라는 지역적 거리, 직위와 경륜이라는 장애를 초월하여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편지는 일상의 사소한 반성과 안부에서부터 당시 지성계를 뒤흔든 학문적 논쟁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그들에게 편지는 안부를 묻는 수단일 뿐 아니라 학술 논문이기도 했으며, 자기와 세상을 돌아보는 성찰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몇 차례의 사화(士禍)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과 정치에 참여해 입신양명하려는 포부가 함께 교차하는 조선 중기 지식인의 번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영혼의 교류처럼 여겨지기까지 해서 군데군데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이 편지들의 핵심은 두 사람이 치열하게 생각을 다툰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며 의견을 다투는 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공부와 탐색을 통해 정밀한 철학적 개념을 확정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억측이나 권위로 강변하지 않고 언제나 상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사색하고 토론했다는 사실은, 진정한 토론문화가 부재한 오늘날 우리가 깊이 본받아야 할 자세로 보인다.

사실 고전이란 일반 독자로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원본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특별하다. 젊은 사학자 김영두의 섬세한 번역은 마치 요즘 사람이 점잖은 문체로 예의를 갖춰 쓴 편지를 읽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쉬운 우리말이 가지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번역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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