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1838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生物詩 <행복한 족속을 미워하지 말자>


 


‘외롭다’ 라고 말하지 말자.


평생 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손님들에게 잔치를 베풀면서도


나의 세포 수 보다 열배나 많은 외부 균들을 먹여 살리지 않았던가!


우리 몸에 둥지를 튼 세균들의 유전자가


내가 소유한 유전자 보다 100배나 많다는 것을 알아도,


설마 개미보다 억울하지는 않다.


초록 풀밭의 양보다는 영리하지 않던가!


우리 인생은.


 


순진한 양의 간 속에서 평생을 노닥이다가


양이 죽을 때가 되면 따라 죽기 싫어


양의 간에서 양의 장으로 이사를 한다.


자식 때문에 목숨 맡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애들 교육 때문에 불법전입 해왔다는 어느 장관보다


더 끈끈한 사랑으로,


양의 똥을 통해 간난 핏덩이를 모세처럼 내어보내고


그 애비어미는 양과 함께 죽는다.


 


똥 속에 얌전히 있던 어린 새끼들은


똥을 먹는 달팽이의 몸속에서 해산을 하고,


점액처럼 달팽이의 몸 밖으로 탈출을 한다.


 


문제는 어미가 살던 고향을 어떻게 가보나.


철이 없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부지런한 개미가 새벽부터 일을 나간다.


길모퉁이에 발견된 달콤한 점액 꿀로 아침요기를 채운다.


꿀 속에 숨어있던 새끼들은 개미 배 속에 집을 짓고,


가장 힘센 형을 떠밀어 개미 뇌 속을 침범하게 한다.


 


갑자기 상상력이 풍부해진 개미는,


매일 밤 집을 빠져나와 풀잎을 찾는다.


풀 잎 꼭대기에 올라간 개미는


그날 밤에도 허기진 양이 풀잎을 뜯어 먹기를 기다린다.


오늘 밤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벽같이 집에 돌아가


아내 옆 잠든 척 한다.


 


낮에는 일개미답게 땀을 적시고


밤이되면 아내 몰래


풀잎을 오른다.


풀잎을 뜯는 양을 만나는 날.


개미는 유언도 없이 떠나고.


양은 또 다른 세대에게 자신의 간을 증여한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세대 세대 마다


남의 간 속에 터를 잡아 살아가는


행복한 족속이 있을까?


간 흡충 만큼. lancet liver fluke처럼.


 


우리는 결국


양이고 달팽이이고, 마지막에는 개미이다.


사랑의 이데올로기에 목숨 걸지 않아도,


결국은 희생도 본능일 뿐이다.  사랑이란 숙주조정이다.


 


2010.10. 11. 박 성 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44 "책장 넘어가는게 아깝더군요" 시골의사 박경철님 멘트 1 현영석 2010.10.23 1962
3643 200회 정기 모임 최종 안내 9 송윤호 2010.10.22 2016
3642 11월, 12월 강연자 섭외 결과 9 강신철 2010.10.21 2123
3641 [공지] 200회 정기모임 참가 신청 49 송윤호 2010.10.20 2579
3640 잊혀진 사실 강신철 2010.10.16 1774
3639 '쉬!'의 문인수 시인님을 만나보세요 1 황선애 2010.10.15 1892
3638 [공모] 200회 행사 -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 3 송윤호 2010.10.12 2644
3637 [공지] 200회 기념행사 안내 (장소 확정) 2 송윤호 2010.10.12 2949
3636 절판된책 2 황현 2010.10.12 2137
3635 내일 모임에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아쉬운 맘에 글 남깁니다. 2 손민영 2010.10.12 1708
3634 10월 시민문화강좌-시인 도종환과의 만남 file 황인칠 2010.10.11 1694
» 生物詩 <행복한 족속을 미워하지 말자> 4 박성일 2010.10.11 1838
3632 [10/21목] 박문호박사님 초청 '뇌과학 시리즈 강연' 안내 1 우경아 2010.10.09 1827
3631 대전 MBC 오후의 발견 [강신철 교수님 인터뷰] 5 연탄이정원 2010.10.07 2157
3630 광고천재 이제석님 글 6 이중훈 2010.10.06 1888
3629 백북스 200기념행사 일자(10월23일)를 공지합니다 6 강신철 2010.10.06 1951
3628 임해경 운영위원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선임 9 강신철 2010.10.06 1986
3627 정의란 무엇인가 : 샌달 하바드 교수 동영상 강의(영문) 10 현영석 2010.10.04 4081
3626 한창훈 소설가를 미리 만나보세요 16 강신철 2010.10.02 2205
3625 절 받으소서..가입문안드리옵니다 2 김순영 2010.09.28 17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