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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슨 일에나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으면 성공 못할 일이 없다는 교훈을 내가 빈대에서 배웠다고 하면 과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열 아홉살 때 네번째로 가출을 해 인천에서 막노동을 할 때였다.

그때 묶었던 노동자 합숙소는 밤이면 들끓는 빈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몇 사람이 빈대를 피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밥상 위로 올라가 잤는데 빈대는 밥상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와 사람을 물었다.

우리는 다시 머리를 짜내어 밥상 네 다리에 물을 담은 양재기를 하나씩 고여놓고 잤다.

그런데 편안한 잠은 하루인가 이틀만에 끝나고 빈대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혔다.

상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다가는 몽땅 양재기 물에 빠져 죽었어야 하는 빈대들이었다.

그런 빈대들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살아서 우리를 다시 뜯어먹나 불을 켜고 살펴보다가 우리는 다같이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밥상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게 불가능해진 빈대들이 벽을 타고 까맣게 천장으로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장에서 사람 몸을 향해 툭 툭 떨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그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놀라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생각했다.

"하물며 빈대도 목적을 위해서는 저토록 머리를 쓰고 저토록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서 성공하지 않는가. 나는 빈대가 아닌 사람이다.

빈대한테서도 배울 건 배우자. 인간도 무슨 일에든 절대 중도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한 노력만 쏟아 붓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줄곧 "더 할래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까지의 최선"의 점철이 아닌가 한다


< 정주영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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