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분이 말을 건네셨다.
"저기요~"
"네?"
"제가 방금 이 논문을 읽었는데 도움 되실 것 같아서요. 스토리를 측정한 최초의 논문일 거에요."
"아! 이런 인연이 있나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잠깐 메모부터 할게요. '스토리 기반 컨텐츠...'"
"(명함을 건네시며) 제가 지금 내려야 해서요. 혹시 논문 못 찾으시면 연락 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아! story creator 시군요~"
"네, 영화 연출 합니다"
그렇게 그 분이 서둘러 내린 곳은 4호선 '충무로' 역이었다.
나는 그때 스티븐 데닝의 <스토리텔링> 138 쪽에 완전히 꽂혀서 형광펜으로 도배를 하던 중이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이 A4로 출력한 글을 열심히 줄 쳐가며 읽고 있길래 궁금해서 흘깃거리기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글이 <스토리 기반 컨텐츠를 위한 시장성 평가 모형>이라는 논문이었고, 그러한 기막힌 인연으로 내가 오늘 만나게 된 분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이러 갑니다>를 연출한 박수영 감독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감사 문자를 드렸고,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에 무언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답문자를 받았다. 지하철 한 정거장도 안 되는 짧은 만남에 긴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