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곳>
군대가 비어있는 스물셋 아들의 침대에 누워본다.
남쪽으로는 보스톤 시내 푸르덴셜빌딩이 그려진 벽지가
긴 여행에 지쳐 길가에 누운 어느 사내의 한숨을 내쉰다.
북쪽 창에는 우성이 산마루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침대 옆 손이 닿는 4단 책장에는
오래 전에 읽었던 나의 낡은 책이 있고,
맨 위 칸 꼭대기에는 10여년도 넘은 레고 블록이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그 놈은 내게 가까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너 평 남짓 아들 방에 왜 이리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은가.
아들 놈 가슴팍 한번 쓸어 준 적이 없는 내가
세상의 어느 곳엔들
가보았겠는가.
마지막 부분 울컥했습니다. 마음 속 숨막힐 듯 고요한 수면을 깨우고 물방울 사방에 튀기며 뛰어오른 활어 한마리, 월척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