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놈 로드' 프로젝트] 조선일보·서울대 유전체의학硏 공동
'민족 이동路·차이' 규명
게놈은 집 설계도와 같아 한국 뿌리찾는 길잡이 될것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와 조선일보가 함께 펼치는 '아시안 게놈 로드(Asian Genome Road)'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9개국이 협력해 총 918명의 게놈을 1년여간 분석하는 대규모 과학기술 프로젝트다.이를 통해 아시아 인류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유전적·문화적 동질성과 차이를 파악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와 아시아 나라들이 의료서비스와 유전공학, IT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인간은 약 30억개의 염기로 이뤄진 DNA(유전 물질)를 갖고 있다. 이를 게놈이라 부른다. 그중에는 인체를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들도 있고 그리 의미 없는 정보들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중 약 2만5000개의 중요한 DNA 유전자를 발견했다.
사람을 집으로 치면 게놈은 설계도면과 같다. 게놈을 분석하면 인간이라는 집의 설계도를 얻는 셈이다. 역사적 건축물의 양식을 분석하면 지어진 시기나 당대의 문화적 흐름을 알 수 있듯이 게놈을 분석하면 민족의 변천이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아시안 게놈 로드는 아시아 주요 민족의 게놈을 분석해 민족의 이동 경로와 차이를 알려 준다. 그간 남방 아시아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적은 있지만, 북방· 남방 아시아계의 게놈 분석을 동시에, 그것도 1000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의 게놈 분석을 수행한 적은 없다. 아시안 게놈 로드는 아시아 민족의 기원과 차이를 게놈으로 명확하게 보여 주는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이 게놈 분석의 선두 주자로 올라서
아시안 게놈 로드 사업으로 우리가 얻을 것은 많다.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게놈 분석으로 축적하는 노하우와 정보로 우리나라는 의학·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사람의 게놈 분석에 처음 성공한 것은 2003년 미국이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의 의과대학과 유전공학 연구진들이 게놈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공학 연구진뿐 아니라 구글 같은 IT 업체도 게놈 분석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30억개의 방대한 DNA에서 의미 있는 DNA를 골라내는 작업에 검색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4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삼성SDS가 삼성의료원과 손잡고 DNA 분석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놈 분석은 IT와 유전공학에 좋은 인적 자원을 갖춘 우리에게 매우 유망한 융·복합 분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소장은 "우리의 IT와 BT(생명공학)로 아시아 각국 민족들이 가진 특유의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서 "아시안 게놈 로드 프로젝트는 '과학한류'를 창출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