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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가 좋아

 

3 주 전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방.
오랜만에 만난 학교 친구, 아는 후배와 같이 밤을 지새기로 했다.
티테이블에 캔맥주를 두고 셋이 둘러앉아 대화 룰을 정했다.

누가 주제를 던지면 의견을 나눈 뒤 결론을 맺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우리 셋은 호흡이 잘 맞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새벽이 되었길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눕자 후배의 대화 스타일이 새로운 주제로 등장했다.
후배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말하길 그 후배는 항상 따져묻는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후배가 말하길, 자기는 논리로 남을 제압할 때 쾌감을 느낀댔다.
그래서 상대방의 논리에 허점이 보이면 툭툭 쳐보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에 상대방의 논리가 맞다면 쉽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했다.

 

나는 때론 논리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논리는 상황에 따라 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완벽한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분한 마음만 품고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고 부언했다.
논리로 흥한 자 논리로 망한다는 패러디 격언도 지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3 요소로 꼽은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각각 60, 30, 10 만큼의 영향을 미친다는 세일즈 법칙도 예로 들었다.
인간은 논리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감정에 의해 움직이며,

논리나 이성은 자기합리화 단계가 되어서야 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고를 때 안전성평가자료보다 친구에게 들은 고장 사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얘기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CF의 예를 들어 보이자 그런 CF의 설득 효과가 탁월한 것에 모두 동의했다.

 

술기운과 졸음이 동시에 몰려와서인지 여기서 잠깐 대화가 끊겼다.

이제 잘 시간이 되었나보다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후배가 돌연 내뱉은 한 마디.

 
'어쨌든 난 논리가 좋아요'.


이럴수가, 그 후배는 '어.쨌.든. 논리가 좋.다.' 는 것이다.

후배의 외마디 고백에 나와 친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주제를 바꾸어 한참을 더 떠들다 잠이 들었다.

 

 

2008. 8. 4.

이정원

 
  • ?
    권윤경 2008.12.31 19:05
    '논리로 흥한 자 논리로 망한다' ㅋ. 가장 강점이 최대의 약점이 되기도 하는 거죠.
    단, 그 후배의 논리가 , 그 논리의 장이 다채로워지고 넓어진다면 그 집요함으로 학문에서 일가를 이룰 가능성도 기대해 봅니다 - ^^. - 사고의 구조가 비슷한 1인
  • ?
    이혜영 2008.12.31 19:05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논리가 딸렸던 제 입장에서 보면, 논리가 부족하면 생활의 선이 흐트러지고
    내면/외면의 모호함과 복잡함에 시달리며, 비효율적일 때가 많았거든요.
    새해계획이 논리와 이성을 발달시키는 것이어요.^^
    사람과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논리가 냉혹하거나 잔안하게 여겨질 때가 있고
    논리가 최선이 아닌 것은,
    책보다는 직접 경험과 사람으로부터 더 잘 배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 ?
    김세영 2008.12.31 19:05
    얼마전 뇌공학을 연구하시는 정재승교수의 강의를 들었는데요. 논리와 이성을 지배하는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강의해주시는데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선거와 제품구매에서 많은 사례가 있더군요. 첫인상이나 호감도 등도 그렇구요. ^^
  • ?
    장종훈 2008.12.31 19:05
    음..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만, '논리'라는 이름 하에 너무 많은 것을 포함시키신 것 같습니다. 물론 '논리'나 '추론'체계가 『클루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벽하기는 커녕 허점투성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인간이 지닌 가장 효과적인 사고의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은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예로 드신 후배님의 '논리가 좋아'라는 말의 부정적인 뉘앙스에는 '논박으로 상대를 이기는 쾌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냉철함' 과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있는데 이것은 '논리'자체와는 상관없는 '대화/토론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 이겨먹기 좋아하는 사람이 논리마저도 없다거나, 감성적이고 배려가 깊은 사람에게 논리가 결여되어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논리는 추론과정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도구가 아닌가 합니다. 일상에서의 대화는 대부분 감정의 동의나 공감, 의견을 '전달'할 뿐이지 추론과정이 별로 필요하지 않거든요. 일상 대화에서는 '논리'를 내세울 일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사회현상이나 좀 복잡한 주제로 넘어갈 때 조차도 '논리'를 꺼둔 상태로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게 문제랄까요.
  • ?
    공문환 2008.12.31 19:05
    어쨌든 논리가 좋다!! (하하하) 유쾌합니다.
    어쩌면 논리적으로 밀린 듯한 "후배님의 논리"에서 나온 한 마디.
    모든 것을 묻어버릴 만큼 강력합니다.
  • ?
    육형빈 2008.12.31 19:05
    약간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정원 형님 말씀대로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고, 감성을 자극하는 CF의 설득효과가 더 탁월하다'면,

    우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주로 '논리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감성적 자극의 결과'일까요.
    얼핏 생각할 때 당연히 '사실'은 논리의 결과야하겠지만, 실제로는 감성적 자극이 '사실'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것의 비중이 클까요?

    '논리와 감성적 자극을 교묘히 섞은 것'의 비중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수 많은 논리를 전개하고 중간중간의 Gap을 감성적 자극으로 뛰어넘어 만들어진 결과들..., 과학적 결과를 죽 써놓고, 감성을 이용한 논리의 도약으로 만든 결론들...

    '과학적 사실'에 이쁜 잡초들을 섞어 만든 훌륭한 정원같은 거죠...
    그 정원의 아름다움에 빠지면 이쁜 잡초가 잡초로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지적해주어도 잡초의 존재를 부인할 수도 있죠.
  • ?
    윤보미 2008.12.31 19:05
    어찌하여 <이정원> 이름 석자가 12월 31일, 일하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백북스 홈페이지에 계속 떠있나 했더니. ㅋ
    날잡고 휴가! 그리고 백북스 게시판에 사진 올리기. ^-^

    오빠다워요. 사진, 연말선물 받은 기분인걸요. 찬찬히 구경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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