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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08:16

설거지를 하면서

조회 수 1630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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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면서



마음이 무거운 날은

밥상이 가벼워지지

인스턴트 메밀국수에 김치 한 접시

그런데 왜 이리 설거지거리가 많을까



살아가면서 때로는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어야 하는 날이 있지

예를 들어 오늘처럼, 대기가 불안정한 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



국수를 좋아하는 딸애는

맛없는 면을 뭉텅뭉텅 삼키는데, 그 옆에서

숙제를 안했다고 야단을 쳤다

충혈된 눈으로

남은 국수 몇 가닥을 건져먹는 아이

 

기름기도 없는데 웬 거품을 이리 많이 풀었을까

울음소리 섞여나는 수돗물로

오래 오래 그릇을 씻어낸다

내일 저녁엔 고기라도 구워야겠다

 

*****

아이들이 잠든 시간, 반성문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그것도 빨리 자라고 소리친 후에 말이죠.

생각과 행동이 참 같이 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훌쩍이는 아이를 마음으론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자면서 마음 상했던 일 다 잊어버리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숙제는 해야 한다는 것만 빼구요.(엄마들이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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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05.16 08:16
    또 한번 아름답지만 아픈 시를 전해주시네요.
    지난번 독서토론회에서 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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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8.05.16 08:16
    저도 숱하게 들었던 말...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그런데 떠날땐 떠나더라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건....
    중 떠나게 하는 절 주지도 떠나게 해보고 싶더군요...
    (불교 관계자 분들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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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5.16 08:16
    엄마의 우울한 마음, 아이들을 야단쳐놓고 후회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네요. 밥을 하기 싫은 마음과 설거지가 많다고 느끼는 마음은 시작과 끝, 일을 안 하는 것과 하면서 중압감을 느끼는 등 천양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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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2008.05.16 08:16
    가족이란게 참 이상하죠?
    마음과 행동이 다르게 표현될때가 참 많은것 같아요.
    마음은 항상 너무 고맙고 사랑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서로 그 마음은 다 알고 있으니 참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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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8.05.16 08:16
    울음소리 섞여나는 수돗물로
    오래 오래 그릇을 씻어낸다
    내일 저녁엔 고기라도 구워야겠다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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