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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ird died today. The bird flies in my brain.


한 마리의 새가 오늘 죽었다.


그 새가 나의 뇌 속에서 날고 있다.






 그가 오늘 오후에 그의 방에서 죽어 있었다. 오후에.


나는 그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에, 친구들과 웃고 있었고, 아내와 속삭이기도 했다.

행복과 종말은 순서도 없이 항상 뒤섞여 있다.

그의 주검을 정리하고 가는  2시 50분 오후의

차 속에서 북독일 볼푸강 뤼삼의

 (Johann Pachelbel Ciacona in d minor Wolfgang Ruebsam(organ))

무거운  디 마이너의 씨아코나가  6분8초동안 오르간으로 연주되며

 그를 장송하듯 흘러 나왔다.

그는 22살 내 딸보다, 20살 내 아들보다 나와 더 오래 살았다.





화가 나서 안방을 나와 서재에서 잔 것은

결혼 후 처음이었다.

아내는 너를 손에 꼭 쥐고, 딸을 마중하러 나갔다.

밤 11시 넘게 들어와

네가 날아갔다고 했다. 아내의 손에서 벗어나 큰 키 나무위로,

저쪽 지붕 너머로 날아갔다고 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덥힌 아파트와 네온사인의 도시 속으로

네가 쉬고 먹고 마실 만한 공간도 사건도 불가능한 곳으로

날아갔다.

새벽이면 먼저 일어나 노래하던 너의 목소리가

나보다도 더 늦게 잠드는 네가 그리운 것보다는

네가 비존재로 돌아가 있을 그 시간이 바로 그날 밤인 것이

참을 수가 없었다.

네가 나를 떠난다면 그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와 나는 너를 찾았다. 몇시간을.

어두워진 땅위를, 나무 잎 속을, 낮은 지붕들을

하얀 너는 어둠에 덮였는지 없었고,

너의 노래는 울음이 되어 숨었는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내의 방을 나와

네가 다시 날아와 앉아 있어야 할 큰키나무가 보이는

서재 방 창가 쪽 침대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새벽 5시면 항상 노래하는 너를 생각하며

깨다 자다하며 잠 속 어디에선가

너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어스름한 초여름 새벽 나를 깨우는 너의 소리가

사실이었고,

너는 그 큰 검은 녹색의 나뭇잎 사이 가지위에 앉아 있었다.

글쎄 너의 소리에 놀라 급하게 창가로 뛰쳐나가다

유리문에 얼굴을 부딪고 안경이 깨어졌다.

너를 만난다는 기쁨에 아내를 깨워 아파트 계단을 뛰어 내려가

나무 밑에서 너를 불렀다.

 

새는 한번 날아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세상의 소문을 내가 믿을 리가 없었다.

너에 관하여는.

너는 높이 있어도

나는 아래에 낮게 있어도,

너는 날아서 나에게, 내 손에게, 내 어깨에게 날아오지 않았니.

우리가 항상 하던 소통의 방식이었으니까.

 

너는 나를 보고,

너의 눈에는 내가 흑백으로 만  보이는지,

마음으로 보이는지는 몰라도,

너는 내 둘째손가락 마디에

내려앉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죄를 지었고,

너는 부활하였고,

아내는 구원되었다.



  7년 동안 함께 산 文鳥가 죽은 날

2007.4.12   박 성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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